친구들을 골프를 배운다고들 했다. 그들은 그들의 드라이버를 휘두를테지만 나는 그저 오른손이 묵직하다. 방아쇠 당기듯 스크루 드라이버의 스위치를 당겨본다. 윙윙 하고 탄력있게 돌아가는 회전력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쾌감을 준다. 적당한 길이의 나사못을 고르고, 왼손으로 나사 머리의 십자 홈을 드라이버 끝에 맞춰넣는다. 적당한 자력이 나사못을 붙든다. 나사못의 머리보다 더 중요한건 나사끝이 파고들 지점을 정하는 일이다. 어떤 재료의 어느 지점을 관통해 들어갈지 정하고 나서야 모든 공정이 시작된다. 왼손 엄지와 검지로 뾰족한 나사끝을 목표지점에 위치시킨다.
시작이 가장 까다롭다. 아무런 홈도 패이지 않은 평평하고 단단한 평면에 나사못을 박아넣기 위해서는 일단 두가지를 정확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나사끝이 평면과 만나는 지점이 첫번째고, 나사의 머리와 드라이버가 맞물리는 지점이 두번째다. 강도가 높은 물체의 표면 위에서 정확히 한 점에 나사끝을 고정시키는건 쉽지않다. 나사 머리를 힘들여 누를수록 나사끝은 단단한 평면위를 미끄러져 넘어지기 일쑤다. 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나사를 다시 주워오는것도 일이고, 사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라면 떨어진 나사를 포기하고 새로운 나사를 재차 꺼내는것도 그리 탐탁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물론 망치를 이용해 나사못을 일반 못처럼 아주 조금 박아넣어 고정한 뒤에 작업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공사 현장의 무수히 반복되는 작업에 있어서, 망치 공정 하나가 추가된다는 것은 작업효율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보통 나사는 한두개 작업해서 끝나는게 아니라 수십 수백개 - 최악의 경우라면 수천개의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스크루 드라이버 하나만으로 이 공정을 온전히 컨트롤 할 필요가 있다.
망치를 떠올릴 정도로 단단한 합성 목재의 표면이라면 두 손만으로 나사끝을 꽂아넣기는 상당히 어렵다. 그런 이유로 별것 아닌듯한 드라이버 작업은 몸 전체를 사용하는 작업으로 발전한다. 표면에 나사못을 수직으로 세운뒤 왼손으로 고정하고, 그 위에 드라이버 끝을 정확히 결합시킨 뒤, 역시 수직으로 각도를 유지한 채 몸 전체의 무게를 실어 나사머리를 눌러준다. 각도가 조금만 기울어져도 나사의 머리 혹은 끝이 기울어져 넘어져 버린다. 운이 나쁘면 무게를 실어누르던 몸 전체가 균형을 잃고 휘청할때도 있다.
각도가 유지된다고 해도 모든게 해결되는건 아니다. 정말로 단단한 물체의 표면은 몸무게를 실어서 누르는 나사의 끄트머리조차 쉽사리 꽂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전동 드라이버의 회전력이 필요하다. 무게 실린 날카로운 나사의 끝을 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키면 왠만한 물체는 모두 뚫을 수 있다. 관건은 어떻게 각도를 유지하면서 나사의 회전력을 더하느냐다. 드라이버의 방아쇠를 마구잡이로 당기면 나사는 마치 팔팔한 미꾸라지처럼 두 손을 빠져나가버리고 만다. 빠져나가는 미꾸라지를 억지로 잡으려다보면 또 손가락 마디의 여기저기를 다치기 십상이다.
좋은 드라이버는 방아쇠를 당기는 정도에 따라 속도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마치 4B연필을 종이위에 누르는 힘에 따라서 그 진하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드라이버로 주택의 구조체 이곳저곳의 나사를 조이는 작업을 하다보면 마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오른손 검지로 방아쇠를 살짝 당겨 천천히 나사를 시계방향으로 회전시켜본다. 각도를 잘 유지한다면 나사는 곧 표면을 뚫고 1에서 2밀리미터정도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절반은 성공이다.
물론 끝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나사끝이 물체 표면을 뚫고 들어간 뒤에는 드라이버의 방아쇠를 더 과감하게 당겨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물체의 내부 구조와 밀도 차이에 따라서 나사가 중간에 기울어지거나 헛돌게 될 수 있다. 따라서 평면 - 나사못 - 드라이버의 각도는 끝까지 수직을 유지해야만 한다. 또한 무게를 실어서 가하는 힘도 역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조건하에 전동 드라이버의 또 다른 기능이 발휘된다. 드라이버는 사실 회전만 하는게 아니다.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망치질과 같은 전후 방향의 타격이 가미된다. 그래서 적절한 힘이 나사 머리에 수직으로 실리기만 한다면, 뚫고 들어가는 물체의 밀도가 갑자기 높아지거나 강도가 높아지더라도 그 구간을 관통해 나아갈 수 있다.
이제 나사의 몸통 대부분이 성공적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도 끝난게 아니다. 나사못 작업의 결과를 보여주는건 나사 머리다. 정확히 말하면 뚫고 들어간 평면에 대한 나사 머리의 높이 혹은 깊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나사 머리가 1밀리 가량 표면에서 튀어나와, 표면을 훑는 손에 걸리기도 하고 미관을 해치는 음영을 만들기도 한다. 또 다른 경우에는 너무 깊이 들어간 나머지 합판 표면이 동그랗게 패이는 식으로 손상되고, 결과적으로 고정하는 힘이 사라지거나 시각적으로도 움푹 패인 점이 생겨버리기도 한다.
목적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나사못 머리의 높이는 관통되는 물체 표면보다 미세하게 깊은 지점이다. 그렇게 되면 평면상 걸리는게 없고, 빛에도 음영이 지지 않는다. 혹은, 나사못 작업을 한 표면에 2차 페인트 가공을 한다면, 나사를 조금더 깊이까지 박아넣은 뒤 움푹 패여들어간 홈에 찰흙 비슷한 땜질용 물질을 발라서 완전히 평평한 표면을 만들어 나사의 흔적을 지울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목적에 따라 나사의 깊이도 세심하게 조절해야한다. 그래서 드라이버의 회전 속도를 마지막 지점에서 적절히 조절하는게 중요하다.
좋은 나사못 작업은 초기에 적절한 각도와 힘으로 나사끝을 부드럽게 꽂아넣은 뒤, 중간 지점은 가능한 빠른속도로 회전시켜 통과하고, 마지막 지점에 섬세한 컨트롤을 통해 나사 머리를 목표한 깊이에 위치시키는 일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런 사사로운 과정을 반복하면서 주택 구조체의 관절들을 고정하고, 화재 지연용 드라이월을 구조체에 붙이는 등의 기반작업을 해나가게 된다. 그렇게 작업하다보면 드라이버를 사용한다기보다 읽는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홀인원, 이글, 버디, 파, 보기, 더블보기 - 점수로 매겨지지 않는 드라이버 독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