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72
퇴사 후에 확연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디 한번 다녀오는 것에 체력이 굉장히 소비된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지하철로 어디든 다니는 것이 가능했다. 경기도 권에다가 지하철이 있는 곳이라면 수원, 인천, 의정부 어디든 가뿐했다.
3-4번 갈아타도 잘 다녔고, 힘들다고 생각은 했지만 확연하게 ‘와 체력이 안 되겠는 데?‘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요즘은 다르다.
왕복 1시간 거리에도 중간에 걷는 틈이 많거나 내내 서서 움직여야 한다면 금세 힘이 쭉 빠지는 느낌에다가
편도 1시간 거리에는 늘 지쳐서 집에 돌아오고 나면 잠시 몸을 드러눕곤 한다.
직장인일 때는 대중교통이 안 다니는 시간까지 야근을 하느라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면
요즘은 힘들어서 택시를 타는 느낌이다.
어제는 편도 1시간 30분, 왕복 3시간의 거리를 다녀왔다.
새로운 걸 배우기 시작해서 앞으로 매주 이 거리를 반복해야 하는데 첫날부터 돌아오는 길의 몸이 너무 무거웠다.
그나마 가는 길에 환승 전까지는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잠을 잤는데, 돌아올 때는 지하철이 꽉 차서 내내 서서 올 수밖에 없었다.
잘 오고 있냐는 남편의 물음에 도대체 이전에는 어떻게 출퇴근했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남겼다.
“이전에는 금전적인 보상이 있으니까. 그에 대한 의무감에 다닌 거지.”
너무나도 정확한 말이라 웃음이 나왔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과 간혹 들어오는 성과급, 이런 금전적인 보상이 체력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제는 나의 체력을 끌어올릴 금전적 보상이 없으니 나 스스로 체력을 끌어올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걸 배우는 것에 대한 기쁨과 열정에 도움을 받아봐야겠다. 물론, 운동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해야겠다.
언젠가 다시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금전적인 보상을 맞이하길 바라며,
내일도 운동은 빼먹지 않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지하철에서 퇴근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기분이 묘했다.
퇴근하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오는 사람들은 줄을 늘어섰는데, 반대로 지하철에서 내려 밖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의 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다수의 삶을 벗어나서 소수의 삶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나도 저 무리에 있었는데, 퇴근 시간만 기다리며 하루를 보냈었는데.
다시 저 무리로 가야 하나, 다시 저 무리로 가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아마 그때 내 눈빛은 무척이나 아련하지 않았을까 싶다.
주변에 퇴사를 준비하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무엇보다 체력을 잘 준비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체력은 일을 안 하고 있을 때, 더 체감되니까.
모든 것의 기본은 체력이라는 말도 있다. 새로운 걸 배우거나 무언가를 시작할 때도 체력이 받쳐주어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거, 그걸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