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54
요즘 통 잠이 잘 안 온다. 핸드폰을 내려두고 눈을 감고 있어도 꽤 오랜 시간 잠이 오질 않는다.
눈만 감으면 어디서든 잠드는 잠순이로 유명했는데, 잠이 안 오다니,, 나 조차도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머릿속으로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떠올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평생을 잠만보로 살아온 나의 이력은 꽤 많다.
버스나 지하철에 서서 잠이 들기도 하고, 차만 타면 잠드는 건 껌이고, 오죽하면 졸음 방지 책상에 서있다가 졸아서 휘청거린 적도 꽤 된다. 아르바이트 중에 카운터에 서서 존 적도 있고, 영화나 공연 중에 피곤해서 잠이 든 적도 세려면 열 손가락이 부족할 터이다.
이 와중에 아침마다 미라클모닝을 하느라 일찍 일어나니, 잠이 부족해서 피곤한 탓인지 입 안이 터지고 난리가 났다.
그나마 오늘은 잠을 많이 잔 편이다.
무려 10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고, 미라클모닝도 실패했다. 미라클모닝도 실패할 정도면 얼마나 푹 잤을까 싶지만, 잠을 많이 잤다고 해서 푹 잔 상태는 아니다.
잠을 깨고 나서 전혀 개운함이 없었다. 꿈속에서 내내 쫓겼기 때문이다.
꿈을 자주 꾸는 편이지만 실속 있는 꿈은 많지 않다. 주로 아주 약간만 기억나거나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판타지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번호를 알려주는 꿈을 꾼 적도 있는데, 깨자마자 적어뒀지만 그 번호로 산 복권은 5천 원도 당첨이 안되었다. 하하.)
오늘은 자는 내내 쫓기느라 계속 뛰어다니는 꿈이었다. 처음에는 도마뱀에서 시작했는데, 점차 뱀이 한두 마리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그다음엔 악어, 고릴라 등으로 이어졌다.
동물들에게 쫓기는 꿈이라고 검색해 보았더니 [ 불안과 스트레스를 반영하며 현재의 삶에서 회피하고 싶은 문제나 상황을 상징한다. ] 고 한다. (출처: 네이버 검색)
지금 어느 때 보다도 스트레스가 덜 한 시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꿈을 꾸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불안함은 있다. 꿈을 향해 걸어가지만 과연 이룰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뭐라도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불안감. 이러다가 결국 다시 직장인의 생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 이런 것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 엄청나게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정도로 느껴지지는 않는데 말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오늘의 이 꿈도 그저 아무것도 아닌 dog 꿈으로 넘기겠지만,
부디 오늘은 아무 꿈도 꾸지 않고 개운한 잠을 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