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59
매년 어버이날에 무엇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그 주 주말에 본가에 내려가서 식사를 했던 것 같다.
카네이션 화분이나, 카네이션 브로치 등을 선물했던 기억도 있다.
올해는 조금 다르다.
양가의 어버이날을 다 고려하려다 보니 긴 연휴임에도 어떻게 일정을 짜야할지 혹시 양가가 다 되는 날이 동일하면 어쩌지 하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상황도 상상했다.
다행히도 한쪽 집은 오지 말라는 연락을 주셨다. 나에게도 어버이날 뵈어야 할 부모님이 있지만, 나의 부모님에게도 부모님이 있기에.
할머니와 식사를 예정하고 계셔서 우리는 다음에 시간 될 때 보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다.
그리고 또 다른 집은 직접 올라오신다는 연락을 주셨다. 마침 손주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아기를 보고 우리 집에 오셔서 저녁식사 후 하룻밤 주무시기로 하셨다.
(급 하루 전에 우리 집을 먼저 오셨다가 다음날 아기를 보러 가는 걸로 일정이 바뀌긴 했다.) 나 역시 숙모가 되었기에, 아기를 보는 일정에 함께했다.
그렇게 연휴의 2일을 보내고, 나머지 2일은 온전한 휴식이었다.
예전엔 하루에도 몇 개의 일정을 잡고는 했는데, 요즘엔 일주일에 한 두 개만 있어도 그 주의 약속이 꽉 찬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연휴가 참 바쁘겠구나 했는데,
남은 2일은 우리에게 굉장히 여유로웠다.
늦잠을 자고 드라마 몰아보기 등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면서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 집도 다녀올걸.’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괜히 마음이 불편해서 전화를 드렸는데, 약간 섭섭해하시는 뉘앙스라 약간 당황스러우면서도 괜히 먼저 반격의 멘트를 날렸다.
‘내려오지 말라고 해서 안 내려갔는데, 왜 내려오지 말랬어?ㅎㅎㅎ’ 괜히 찔려서 나도 모르게 통화 중에 여러 번 이야기한 것 같다.
정말 죄송할 따름… 혹시 시부모님은 1박 2일을 함께한 것에 대한 질투... 이실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무튼 이번에 깨달은 바는 역시나 부모님 말씀은 곧이곧대로 들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타 지역으로 움직이는 게 번거로울까 봐 배려하려는 마음에서 이야기하신 거라는 걸, 진심은 아니라는 걸,
매번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나다.
이번 어버이날 선물은 카네이션 앙금쿠키와 귀여운 용돈을 준비했다.
우리 집의 경험 상, 매년 카네이션 화분은 살아남는 아이가 없었고 브로치는 금방 어딘가 구석에 놓여있기 일쑤였다.
그래서 차라리 먹을 수 있는 걸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기울었고, 같이 사는 분 역시 동의해서 그렇게 준비했다.
시댁에는 직접 전달드렸고, 우리 집은 가지 않았으니 직접 드릴 수가 없어서 내일 도착되는 일정으로 배송을 신청해 두었는데,
카네이션 앙금쿠키를 보시고 섭섭함이 조금은 사라지시길 바라본다. 그리고 제발 상하기 전에 다 드시기를…
어버이날은 딱 하루가 아닌 한 주 정도로 정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주든 다음 주든 한 번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