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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YSTAL KIM Jun 13. 2020

나의 취미와 특기와 휴식


아주 오래간 만에,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13년만에 나의 화구통을 꺼내들었다.
큰 도화지가 들어가는 화구가방과 함께 제법 무거운 검정 플라스틱 이젤까지. 옷장 깊숙하게 잠들어있던 물건들을 잠깨웠다.
오롯하게 홀로인 오전과 오후 그리고 저녁을 보내는 일 이었다.
따뜻함이 감도는 베란다에 아크릴 물감과 팔렛트 그리고 붓을 널어놓고 마음대로 그냥 무작정 그렸다.

아크릴은 물이 소비되는 일이 적어서 종이의 울음이 적고, 제법 실패해도 복구 가능성이 많이 높다. 그저 위에 덧칠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수채화는 덧칠 할 수록 종이가 울고불고 난리가 나기 때문에 정확한 붓질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물론, 값비싼 수채화 종이라면 얼마든지 물먹임이 가능하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진하고 꾸덕한 아크릴이지만, 제법 빠르고 편리한건 수채화 이다.
하여간 오늘의 그림도 그다지 시간을 할애한건 아니었지만 언제고 다시금 이렇게 꺼내어 붓을 놀려댈수 있어서 그건 참 좋았다.
앞으로의 내 삶에서는 그 어떤 취미를 새로 익히더라도 그림 만큼 능숙하고 편안하게 즐겨 볼 만한 취미는 없을 것이다.

많이 좋아해서, 온화하게 즐길 수 없던 때도 있었지만 내가 가진 특기란 이거구나 할 수 있어서 그건 언제고 고마울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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