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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YSTAL KIM Mar 07. 2020

명의(名醫)



그녀는 주사를 무서워했다.

생긴 것도 뾰족하게 정이 없어 보이게 생겼으며

아프게 하는 느낌도 소름이 끼친 다며 그냥 주사는 진절머리가 난다고 했다.

이름이 '주사'인 것도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음절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했다.

태초부터 싫어하기로 마음먹고 태어난 것 마냥 병원을 가기 전엔- 늘 그놈의 주사가 싫다-며 하소연을 했다.


그렇게 병원을 다녀와야 했던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그래서, 병원은 잘 다녀왔어요?"

"어. 잘 다녀왔지. 근데 웃겨 죽을 뻔했어. 의사랑 간호사가 주사인지 뭔지를 가지고 오는 거야.
그러더니 의사가 -자자 힘 푸시고 주사 들어갑니다- 하는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있었지 계속.
그러고 옆에서 간호사가 -살짝 느낌이 안 좋을 수도 있어요- 하는데, 의사가 바로
-뭐 살짝 느낌이 안 좋아! 엄청 아프지 그냥!-하는 거야, 그러면서 -그냥 아플 거예요 하면 돼!- 이러는데 나 진짜 웃겨가지고 죽는 줄 알았어. 정말로 아파서 죽는 게 아니라, 웃겨서 죽는 줄."



"벌벌 떨면서 가더니, 재밌는 일이 있었네요. 그래서 아팠어요?"

"어, 글쎄. 아니 봐봐, 그다음에도 이야기가 있는데. 난 주사 맞는 거 쳐다보고 있거든, 주삿바늘을 뽑는데  피가 쭉 흐르는 거야, 근데 갑자기 의사가 차가운 거즈 같은걸 엄청난 속도로 철퍼덕하고 던져, 피 위로 말이야. 그러더니 하는 말이 -아이고! 이런 피 보면 안 되는데, 심약한 사람은 피를 보면 경기를 하기 마련이라고!'-하면서 그제서야 던져 놓았던 걸로 환부를 쓱쓱 닦아 주시더라고.

 간호사도 옆에서 킥킥거리면서 웃는데 간호사랑 둘이서 그냥 엄청 웃었어."

"아, 혹시 그 의사분 전에 초콜릿 케이크 안 좋아하는데, 장모님이 15년째 맨날 생일 때 초코 케이크 사준다고 하소연하셨다던 그분 맞아요?"


"어어! 맞어 그 사람. 그 의사 진짜 웃겨."

"재밌는 사람이네요, 진짜."

"응. 그래서 너무 웃기고 정신없어서 주사 맞는 거 안 아팠어."

"명의(名醫) 네요."

"응. 웃겨서 죽는 걸 조심해야 될 판이야. 위험한 인물이야,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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