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부터 싫어하기로 마음먹고 태어난 것 마냥 병원을 가기 전엔- 늘 그놈의 주사가 싫다-며 하소연을 했다.
그렇게 병원을 다녀와야 했던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그래서, 병원은 잘 다녀왔어요?"
"어. 잘 다녀왔지. 근데 웃겨 죽을 뻔했어. 의사랑 간호사가 주사인지 뭔지를 가지고 오는 거야. 그러더니 의사가 -자자 힘 푸시고 주사 들어갑니다- 하는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있었지 계속. 그러고 옆에서 간호사가 -살짝 느낌이 안 좋을 수도 있어요- 하는데, 의사가 바로 -뭐 살짝 느낌이 안 좋아! 엄청 아프지 그냥!-하는 거야, 그러면서 -그냥 아플 거예요 하면 돼!- 이러는데 나 진짜 웃겨가지고 죽는 줄 알았어. 정말로 아파서 죽는 게 아니라, 웃겨서 죽는 줄."
"벌벌 떨면서 가더니, 재밌는 일이 있었네요. 그래서 아팠어요?"
"어, 글쎄. 아니 봐봐, 그다음에도 이야기가 있는데. 난 주사 맞는 거 쳐다보고 있거든, 주삿바늘을 뽑는데 피가 쭉 흐르는 거야, 근데 갑자기 의사가 차가운 거즈 같은걸 엄청난 속도로 철퍼덕하고 던져, 피 위로 말이야. 그러더니 하는 말이 -아이고! 이런 피 보면 안 되는데, 심약한 사람은 피를 보면 경기를 하기 마련이라고!'-하면서 그제서야 던져 놓았던 걸로 환부를 쓱쓱 닦아 주시더라고.
간호사도 옆에서 킥킥거리면서 웃는데 간호사랑 둘이서 그냥 엄청 웃었어."
"아, 혹시 그 의사분 전에 초콜릿 케이크 안 좋아하는데, 장모님이 15년째 맨날 생일 때 초코 케이크 사준다고 하소연하셨다던 그분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