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그러니까 석이씨는 기본적으로 나를 잘 안다. 너는 라떼를 좋아하잖아. 너는 리코타치즈 샐러드를 좋아하잖아. 너는 돼지고기는 잘 맞지 않잖아. 등등. 셀 수가 없다.
나 조차 모르는 내 요상한 취미나 습관 그리고 취향을 잘 안다.
그런 석이씨의 취미는 화분을 키우는 일 인데, 사실 제법 잘 키운다고 지칭하기엔 어렵다. 약간 뭐랄까, 식물계의 아우지 탄광이랄까. 살아서 들어와서 죽어서 나갈 확률이 크기 때문에 새로운 식물이 들어올때면 나는 자조적인 한숨과 함께 또다른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까 마음이 쓰인다. (석이씨는 식물을 매우 사랑하지만, 왜인지 잘 키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영이씨와 나는 몰래 메마른 화분에 물을 주기도 하고, 너무 뜨거운 볕이다 싶으면 화분 위치를 바꾸어 주기도 하는등 나름의 묘책을 강구 하기도 한다.
석이씨의 퇴근후 일과는 꽃들을 돌보는 일인데, 그의 눈에는 매일의 식물이 매일 새롭게 보이는듯 하다.
"허허, 꽃대 올라온다! 역시 내가 잘 키워서 그래"
"와, 아빠 멋진데" "역시 당신이 사랑을 주니까 가능한 일인가 보네요."
영이씨와 나만 아는 비밀로 석이씨는 오래도록 행복해 한다.
석이씨는 오늘도 화분을 하나 들여왔다. 퇴근길 석대라는 화훼단지에서 고심하여 화분을 쟁여오는데, 화분 길을 지나가면 마치 그것들이 데려가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고.시그널을 느낀다고.그래서 사 올수 밖에 없었다고.
석이씨 덕분에 계절이 오고 감을 느낀다. 수국, 국화, 토마토, 딸기 등등 종류를 범할 수 없는 장르로 집은 물들어간다.
섬세하고 다정한 석이씨가 내 아빠라서 꽤 많이 좋다. 딸 바보 아저씨의 '딸래미'로 사는건 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