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나의 구원자일까?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

by 이수진




불안해. 옷을 좀 살까?


불안함과 소비욕구는 연동이 너무나 잘된다.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매번 느끼지만 고치기는 쉽지 않다. 옷장에 옷이 가득 있어도 쇼핑몰을 습관적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일까 아니면 불안한 마음을 마주하기 두려워서일까?

내가 패션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이다. 사춘기 시절 많은 일을 겪으며 너무 불안했고 나를 지켜줄 것이 필요했다. 그것이 나에겐 옷이었고 화려한 패션의 세계가 나를 구원해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대학교를 서울에 있는 패션학과로 갔지만, 처음 겪는 서울 생활은 너무 낯설었고, 패션학과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더 기가 세고 잘난 사람들이었다. 그 상황에서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계속 옷을 샀다. 자신 없는 내 모습을 감추기 위해,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옷이 필요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쇼핑을 했고 옷은 점점 빠르게 늘었다.


옷은 계속 늘어났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예쁘고 좋은 옷을 입어야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나는 도달할 수 없는 곳을 바라보며 쉽게 지쳐갔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옷을 사지만, 옷을 주문하고 입어보는 순간 만족감은 쉽게 사라져 버렸다. 나를 드러내기 위한 옷이 아닌 나를 감추려는 옷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을 때가 많았고 잘 안 입는 옷이 되어갔다.


대학 생활 동안 패션 디자인, 복식사, 의류 소재, 패션 일러스트, 패션 마케팅, 의복 심리 등 다양한 패션 전공과목을 배웠다. 그 시간을 보내며 깨달은 것은 옷이 나보다 큰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옷 뒤에 나의 못난 모습을 숨기고 싶었지만, 옷은 그저 옷일 뿐이었다. 내가 아무리 비싸고 화려한 옷을 입어도 내 모습에 자신이 없다면 그 옷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나 또한 당당하게 걸어 다니지 못한다.


옷에 의지하며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내면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모습에 자신이 없어서 옷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또 다른 방패가 아니라 나를 마주하고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그 후로 충동적으로 옷을 사는 습관이 점점 사라졌고 남들 보기에 예쁜 옷보다 내가 입고 활동하기 편한 옷에 더 자주 손이 가기 시작했다. 숨기고 싶었던 내 마음을 돌아보기 시작했고 겉모습보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나에게 자신이 없어질 때면 다시 옛날 습관이 나온다. 꾸준히 자기 계발하며 성장하는 사람보다 좋은 옷 입은 사람이 부러워진다. 불안해서 옷으로 나를 감추고 싶은 마음이 몰려온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예쁜 옷 는 사람보다는 예쁜 말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아닌 내면이 단단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길 꾸준히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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