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언니의 카톡 한 줄

Q1. 언제까지 직장에 다닐 거예요?

by 일하는 노진지씨

언제까지 직장에 다니고 싶냐를 논하기에 앞서, 언제까지 일하고 싶냐를 먼저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먼저 하고 갈까 해요. 괜찮겠죠?


“선배님은 언제까지 일하고 싶으세요?”라고 누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저는 일초도 지체하지 않고 답변할 수 있어요. “죽기 전 날까지 일하고 싶어요!” (”네? 뭐라 굽쇼? 지금 장난쳐요? “라고 외치는 소리가 다 들립니다. ^^) 이 말을 듣고 굳이 표정관리 하지 않아도 돼요. 백이면 백 이 말을 들으면, 너무나 끔찍하다는 표정과 억양으로 온몸으로 반응해 주니까, 당신의 반응이 별스럽진 않아요. 일요일 오후부터 어떡하면 월요일 출근길을 이탈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죽기 전 날까지‘라는 기한은 너무나 끔찍한 말일 테니까요. 사람의 입속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갇혀 있어야 하는 통조림 요리처럼 느껴져 호흡 곤란도 느껴지겠죠? 여자도 수입이 있어야 한다며 어릴 적부터 누누이 말하던 엄마조차도, 죽기 전 날 까지라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으니 말 다했죠.


그래도 사람은 완벽하게 혼자는 아닌가 봐요. 딱 한 사람 내가 이런 의견을 전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며 호응해 준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혹시 내조할 여자를 찾는다면 다른 여자를 만나요. 난 죽기 전날까지 일하고 싶은 사람이니까.”라고 말한 제 두 손을 덥석 잡으며, “당신을 지지하고 응원해요. 이제까지 배우고 노력한 거 아까운데 원하는 만큼 일해요!” 라며 격하게 동의한 지금의 남편이 바로 그 사람이죠. 그때는 내 편을 찾은 것처럼 든든했었는데, 나이를 점점 먹으면서 그날의 그 장면이 조금 다르게 해석되곤 합니다. 이 사람, 그날 내가 평생 일하고 싶다고 해서 한편으로 얼마나 안심했을까, 아마 좋은데 심각한 표정으로 받아치느라 고생 좀 했겠지 하는 그런 생각?


난 왜 그렇게 일을 하고 싶은 걸까?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 친척집에서 일주일 만에 만나러 오는 부모님을 기다리며 “꼭 돈을 벌어 같이 살아야겠다” 다짐했던 여덟 살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너무 신파니까, 운 좋게 취직한 후의 이야기부터 해 볼게요. 지방기숙사에 방한칸 싹을 부여받고 동일하게 시작한 입사 동기들. 동일한 커트라인을 거쳐 배경을 모두 걷어내고 순수하게 하루하루 해내는 일로만 선배들에게 평가받던 그 시절은 내 인생에서 처음 마주한 가장 기회가 평등했던 시절로 기억됩니다. 그렇게 신나게 일을 하고, 작은 성취를 만들고, 이어지는 칭찬에 심취해 … 나도 모르는 사이 “일을 하고 있는 나 = 노진지의 정체성” 이란 결론을 내리게 된 것 같더군요.. 어쩌면 이 대형 수족관을 나가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이겨보고자 되뇌는, 생계형 노동자의 정신승리 일수도 있고요.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죽을 때까지 일할 거야!‘라는 이 목표가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 꿈’ 인지를 매일 뼈저리게 깨닫개 됩니다. 오래도록 일하는 것이 여전히 삶의 목표이지만, 저 또한 매일 화남을 호소하는 한낱 월급쟁이 일 뿐이니까요. ^^ (아니 근데, 연차가 올라갈수록 왜 더 화남이 늘어나는 거죠? 이 고난을 견뎌낸 선배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근데 왜 죽기 전 날 까지냐고요? 죽는 날까지 일하는 건 너무 억울하니까…. 죽기 전 날까지로 나 자신과 합의했다고 해야 할까요?


“근데, 일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죽기 전 날까지 직장을 계속 다닐 수는 없잖아요?”


당연하지요. 언젠가는 20년간 나를 보호해 준 이 대형 수족관에서 나가 ‘은퇴’라는 말을 입에 담는 순간을 맞닥트려야 할 테니까요. 그게 10년 뒤 일수도, 내일 일수도 …. 그 시점은 아무도 모르지만요. 하지만 나는 평생 ~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을 거예요. 그게 말이 되냐고요? 네 … 말이 되지요. 어떠한 형태가 되었든 결국 나의 마지막 직장은 내가 나를 고용하는 일인 기업이 될 거니까요 ^^ (이렇게 되면 은퇴가 없는 삶인 건가요?)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은 더 세상으로부터 쓰임이 있기를 바라보며 … 오늘은 이만 글을 마무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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