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박혜란 님은 가수 이적의 어머니이자, 대한민국의 1호 여성학자이다. 서울대를 나와 기자를 하다가 결혼을 하시고,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39세 쯤 공부를 다시 시작하여 교수가 되었다.
나는 박혜란 님의 자유로운 교육관을 담은 이 책을 보면서 <오히려 최첨단 가족>의 박혜윤 님을 떠올렸다. 아이들의 삶을 챙기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사실 어찌보면 필자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결혼만 했을 뿐 아이가 없고 살림도 정말 최소한으로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위의 두 분처럼 키우셔서 내가 있어도 식사 시간대가 다르면 밥을 스스로 챙겨먹는 것을 더 편해하는 사람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키워지지 못한 탓(우리 어머니는 전업주부였다)에 좀 민망해하며 챙겨주는 시늉(반찬을 놓아준다든지, 설거지를 해 준다든지 하는)을 한다.
이야기가 약간 샛지만, 박혜란 님은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 않았다. 아니, 희생했지만 자신의 삶을 복원할 힘을 남겨두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이끌고 자신을 돌봤다. 그리고 살림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책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어떤 잔소리나 교육보다 훌륭한 지적 자극을 아들들에게 주었다.
아들 셋이 모두 서울대에 들어가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매스컴을 타게 된(물론 둘째가 가수 이적이어서 그 여파가 컸지만) 저자의 가장 훌륭한 점은 다른 사람들의 통념에 매몰되지 않고, 휩쓸리지 않은 점 같다. 당연히 촌지를 주어야 아이들이 안 힘들고 성적에 시시콜콜 관여해야 하며, 고3 아들을 눈물겹게 뒷바라지 해야 한다는 생각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묵묵히 낙천적이고 자유로운 발상을 가진 호기심 많은 자신 본연의 모습 그대로 아이들을 키웠다.
회사 회의 때나 쓰는 서랍이 없는 커다란 책상을 사서 거실에 놓고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다. 아니, 엄마가 책읽고 공부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책을 들고 한 명씩 다가와 함께 했다. 성적에는 관대했고, 아이들의 속도를, 생각을 기다려 주었다. 욕심내지 않았고, 비교하지 않았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말도록 가르쳐서 질문할 수 있도록 했고, 자신도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모른다고 하여 아이들이 엄마에게 수학을 설명해주며 스스로 답을 깨쳤다.
이 책은 왠지 육아서(혹은 교육서)의 '바이블'과 같은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 나에게 아이들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으로 키우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말씀 하시는 것 하나하나가 모두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우리는 왜 당연한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지키지 못하고 실행하지 못할까.
우리가 당연한 일을 스스럼없이 지키고자 한다면, 세상이, 나라가 조금은 덜 어지러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조금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