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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Nov 03. 2024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 리뷰

대가 없는 일을 계속하면 대가가 있어지는 마법

작가 귀찮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class101의 강좌를 통해서 였습니다. 초반만 듣다가 여러가지 사정으로 완강을 못하기는 했지만, 그 때 눈여겨본 작가님의 책을 우연히 어딘가의 블로그에서 만나고 바로 yes24에서 주문을 해 버렸습니다.





귀찮아도, 발전이 없는 것 같아도 매일 혹은 일정한 텀(일주일에 한/두 번 이라든가)을 두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고도 어렵고 설레는 작업입니다. 왜 설레는 일인가 하면,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결과물이 쌓이고, 결과물이 쌓이면 어떤 형태로든 성장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업의 측면에서도 성장이 없어 보이는 날들을 견디면 어느새 한 뼘 자라있는 자신을 발견하기 마련인데, 그 때만큼 기쁜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경우에도 그런 불안함을 이겨내고 365일을 견뎌 작업물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축하와 존경을 보내드리고 싶네요.




228page 텃밭 & 자급자족


올해 첫 모종을 심었다. .. 키 큰 작물은 가장자리로, 작은 작물은 그 앞으로 줄 세워서, 고랑을 깊게 파 그 옆으로 두둑을 올리고 다 컸을 때의 크기와 동선을 가늠하여 넉넉한 간격으로 심는다. .. 샐러리, 상추, 토마토, 대추 방울토마토, 청양고추, 미인고추, 풋고추, 오이, 가지, 애호박, 자급자족의 날이 머지 않았다!



247page 아이디어 노트 만들기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 해보고 싶은 것들. 근데 이렇게 생각만 하다간 금새 잊힐 것 같아 노트를 하나 만들고 이름을 지어주었다('되면 좋고, 안 돼도 뭐~'). 마음에 든다.



249page 양지마 할머니의 여유로운 일상


새벽 3~4시 즈음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해 뜨기 전에 사과밭에서 풀을 뽑으러 간다. .. 7시 정도가 되면 더워져서 집 가서 씻고 밥 먹고, 해가 질 때까지 논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너무 더운 날엔 윗마을에 가서 놀고 오기도 한다. 5시엔 저녁밥을 먹고, 6시 즈음 못 다 뽑은 풀을 뽑으러 가서 깜깜해지기 전에 돌아와 씻고 9시에 잔다.

여름엔 이렇게 하루 종일 놀고 먹는 거다. 아침저녁으로 잠깐 밭일 하며 해를 피한다. 시골의 여름은 재밌고 겨울은 지겹다.



308page 여든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신 할머니


할머니의 반짝임은 주변에 대한 관찰과 체념하지 않는 마음에서 오는 것 같았다. 시장 상인들 추울까봐 서울에서 솜바지를 해 와 외상으로 주고, 떡 장사가 신통치 않자 여든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여름 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2,000원에 내어주는 마음이 있으셨다.



390page 해 보는 것의 가치, 의미


하늘 한 번 더 보고, 바람 냄새 더 맡자.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도 가볍게 시도하자. 결과가 어떻게 되든 주눅 들지 말고 그냥 하자. 결과보다 경험치에 더 큰 의미를 두자. 잘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해봤냐 안 해봤냐다.



392page 작은 가게 열기 공상(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게 아니었네요)


주변 지인들과 가끔 쓸데없이 진지한 대화를 나눌 때가 있는데, 바로 작은 가게를 차리는 이야기다. 비빔면에 소주처럼 얄궂은 안주를 얄궂은 가격에 파는 술집, 새벽에만 열어 커피와 빵, 신문을 파는 카페 등 수많은 가게가 우리의 대화 속에서 세워지고 무너졌다. 시작은 장밋빛이었는데 월세와 인테리어, 최소 매출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히며 흙빛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다.



416page 결국은 꾸준함이다!


그냥 꾸준히 하면 되는데, 왜 상처받고 포기했었을까?




너무 일상적이고 소소한 거 아냐?, 라는 비판적 견해를 들을 수 있음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주셨는데요, 저는 무척 좋았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시골살이와 작가님으로서의 일상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타인의 삶을 몰래 엿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재미를 듬뿍 안겨 주었습니다.


우리도 일상을 누리면서, 수많은 고민과 설렘에 맞딱드리게 되잖아요? 그런 마음들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라는 깨달음과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계속 했던 대가 없는 일(의뢰받지 않은 그림 그리기와 글쓰, 인스타에 피드 올리기 등)이 자신을 먹여살리게 되었다, 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네요. 앞으로도 더더 멋지고 즐겁고 설레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해 주시기를 바라며 리뷰를 마쳐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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