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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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은 동시에 가장 격렬한 생명의 완성에 대한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반면에 짐이 완전히 없어진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려, 지상의 존재로부터 멀이진 인간은 겨우 반쯤만 현실적이고 그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을 떠올렸습니다. 소설 속 자매는 너무 다른 삶을 살았는데요, 풍요로운 동생은 늘 정신적 허기를 느꼈고, 가난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야 했던 언니는 정신적 강인함으로 삶을 세우고 채워나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갔습니다. 삶이란 과연 그러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삶의 무게와 짐 또한 확실히 저를 지상으로 끌어내리는 면이 있습니다. 삶을 격렬하고 열렬하게 느끼게 하는 것이죠. 모순되지만 고통은 기쁨과 환희를 수반합니다. 인간의 삶이란 그런 면에서 멋지고 평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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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당의 더러운 벽면을 바라보면서 그것이 정신병인지 사랑인지 분간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 정신병과 사랑은 사실 차이가 별로 없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은 실존하지 않는 가치를 찾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일지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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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없이 자책하다가 결국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무엇을 희구해야만 하는가를 안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계속 찾아야만 하는 것이겠지요.
이 책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체코슬로바키아입니다. 소련 지배 하에서의 체재 변화와 갈등 양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소련의 고압적인 지배와 독재로 인해 정치적인 자유와 인권이 제한되는 상황 속에서도, 개인은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합니다.
성공적인 삶을 살던 외과의사 토마시는 삶의 무게와 획일성을 거부하며 살아온 존재입니다. 이혼으로 첫 아들과 부모님에게서도 벗어나 속박없는 자유로운 삶을 살던 토마시는 운명처럼 자신의 둥지로 날아온 테레사라는 여인으로 인해 고난 속으로 걸어들어가게 됩니다. 그는 또한 자신보다도 더 자유를 추구했던 화가 사비나(그리고 그 밖의 많은 여자들)와도 관계를 맺으며 테레사에게 고통을 줍니다. 사비나는 무척이나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인 인물로 또다른 애인 프란츠와 조국을 저버리고 살아가는데요, 결국은 이 4명의 삶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인간은 한없이 가벼운 존재이지만 짐처럼 느껴지는 관계나 의무가 인간을 붙잡고 지켜내고 있기도 하다, 라는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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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자 하는 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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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하게 내린 결정은 운명의 목소리와 결부되었다. 무거움, 필연성, 가치는 내면적으로 연결된 개념이다. 필연적인 것만이 진중한 것이고, 묵직한 것만이 가치있는 것이다.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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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오직 한 번밖에 살지 못하므로 체험으로 가정을 확인해 볼 길이 없고, 따라서 자기 감정에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길이 없다.
=> 그런 결정과 행동들은 결국 비극 혹은 환희를 양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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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시는 동정심 혹은 사랑 때문에 소련이 지배하는 그곳으로 귀향했으나 막상 그녀(테레사)의 곁에 다시 누워서는 압박감과 절망감만을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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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 어깨에 짐이 얹혔다고 말한다. 이 짐을 지고 견디거나, 또는 견디지 못하고 이것과 더불어 싸우다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사비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이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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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자는 그녀가 가족과 어떻게 살았는지 표현하기 위해서 거의 유년기부터 이 단어를 사용했다. 집단수용소, 그것은 밤낮으로 뒤엉켜 사는 세계였다. 잔인성과 폭력은 이 세계의 부수적 측면에 불과했다. .. 수용소란 아주 예외적인 것, 놀랄 만한 것도 아닌 뭔가가 주어진 조건, 뭔가 근본적인 것,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있으며 온 힘을 다해 극도로 긴장했을 때만 벗어날 수 있는 그 어떤 것임을 그녀는 알았다.
=> 가정이 집단 수용소가 되지 않고 가족이 집단 수용소의 일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국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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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 노래에 감동하지만 자신의 감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노래가 아름다운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 .. 권위를 상실한 키치는 모든 인간의 약점처럼 감동적인 것이 된다. .. 우리가 아무리 키치를 경멸해도 키치는 인간 조건의 한 부분이다.
=> (키치란? 사물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이상이나 감동적 이미지로 왜곡하고 추어올려 신봉하는 태도. 관찰자는 주관적이고 직접적 체험으로 성찰을 얻는 대신 손쉬운 해석을 얻고 심지어 맹목적으로 신봉하기도 한다. 인류애나 미덕을 바탕으로 개인에게 정형적인 감상과 이미지에 공감하고 따를 것을 강요하는 파시즘이나 전체주의에 이르기도 한다. / 출처는 나무위키)
그래서 늘 의심하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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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뜨거운 물속에 누워 자신이 일생동안 자신의 허약함을 빌미로 토마시를 이용해 먹었다고 생각했다. .. 테레자의 약함은 그가 더 이상 강하지 않아 그녀 품에서 토끼로 변할 때까지 매번 그에게 타협을 강요했던 공격적인 약함이었다. .. 토끼로 변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가 힘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부터 두 사람 모두에게 더 이상 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