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건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네이버 블로그에 2020. 11. 18. 7:53에 올린 글입니다)
왠만하면 책을 읽어보고 사는 편이다. 특히 문학에 있어서는.
하지만 yes 24에서 발견하자마자 사는 두 분의 작가가 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님과 공지영 님이다.
그 두 분에 관해서는 맘 속에 진 빚이 많아서 그냥 무조건 사서 읽고 있고, 그만큼 나의 영혼과 정신에 많은 인사이트를 얻어왔다.
요즈음은 문학을 거의 읽지 않는 실용서 위주의 독서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 문학을 읽으면 또 그렇게나 좋다. 공지영 님의 이번 책은 인용문이 너무 많고 문학적 완성도가 전작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지지만 -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다 - 그렇더라도 작가님의 개인적이고 솔직한 견해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생에 대한 통찰이 잘 반영되어 있어, 많이 줄을 치고 접고 메모도 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은 공지영님이 섬진강 변에 집을 얻어 이주하고 살고 계신 상태에서 마음의 평안함을 갈구하는 세 명의 후배가 찾아오고, 각자 차례대로 이 집에 머물면서 그녀들과 나눈 대화와 상념을 기록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지영 님과 이야기와 시간을 나눈다고 해서, 당연히 그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삶이라는 것은 어떤 시선으로 내가 문제를 인지하고 바라보는가가 전부다, 라는 나의 평소의 견해에 숟가락 하나를 더 얹어주는 이 책은 합당하고 좋은 글귀들로 가득 차 있다.
공지영 님은 작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부던히도 애써 왔고, 계속해서 심리학 공부를 하고 계셨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들(후배들)의 이야기와 그간의 공부를 접목시켜 자신의 책을,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녀는 생각보다 예전 이야기를 답습하지 않는다.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세 명의 후배들의 이야기, 라는 형식을 띄는 에세이를 발간할 줄은 알지 못했다. 형식에도 조금씩 변화를 주어왔고 - 수도원 기행, 지리산 친구들 방문, 딸에게 쓰는 편지, 레시피 관련 수필 등 - 그에 따라 풀어내는 이야기도 같지는 않았다. 물론 주제는 한결 같다. 상처의 치유, 생을 사랑하기, 나눔과 감사함의 기쁨 등이다.
나는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고, 홀로 있는 시간과 공간을 필사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내 나이 이미 50을 향해 가고 있었고 인생의 여러 가지 중요한 사람들과 문제들을 망가뜨린 후 였다.
.. 중략 ..
어리석어서, 무지해서, 내가 상처 주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관찰과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신부님의 말씀 중에서)
여러분이 변화하면 여러분 주변의 사람은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 중략 ..
이 관계, 그 사람의 현재에는 어느 정도 여러분의 책임이 있습니다.
- 사람들이 우리를 망가뜨리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메세지 중에서)
타인을 위해 사는 것, 이것이 우주의 법칙입니다
우리는 서로 도우며 살도록 태어났어요
-이것이 우리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구원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나 많은 비난과 역경 속에서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웠다. 자신과 자신의 자녀들을 지키기 위해, 경제적인 이유에서 글을 계속 써야만 했다고 말씀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강한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힘이 있다는 반증일 터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우리 모두 서로를 감싸 안아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지영님도 사람들의 많은 감싸줌과 따스함을 받으셨으면, 하고 원한다. 이렇게나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많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시리라 여긴다.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