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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May 10. 2021

죄책감에 대하여

부모에 대한 죄책감이 가장 위험하다


모에 대한 원망과 미움(증오까지는 아니기를 빈다)이 가장 위험하다. 관계를 인위적으로 끊기도 어렵고, 도덕적으로 부모를 싫어하는 내가 나쁜 놈(년)이라는 죄책감이 자신을 옭아매고 좀먹는다. 불면증이나 우울증이 생기고 알코올이나 약물, 게임 등의 중독에 빠질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조울증이 살짝 있었고, 정말 일상적으로 가위에 눌렸었다. 늘 집과 엄마, 넓게는 친척들에게서 벗어나기를 꿈꿨다. 그리고 그 죄책감은 끊임없이 나를 공격하였다.


사범대를 나와 정교사 자격증이 있었지만 임용고시를 보거나 사립 중고교에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기도 싫고 규율 따위 참을 수 없다는 어이없는 이유였다. 아마 나같은(?) 인간이 멀쩡한 직업을 갖는 것이 말도 안된다, 라는 생각이 기저에 있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가 2017년에 돌아가시면서 나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자연히 끊겼고, 조금씩 치유되었다. 직장도 안정되어 갔고 신랑과의 관계도 더 좋아졌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집중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주변에서 아무리 위로해 주어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그냥 이를 악물고(물리적으로 정말 이를 악물고 견딜 때도 있었다) 아픔이 지나가기를, 잦아들기를 견디는 수밖에는 방도가 없었다.


가슴 두근거림이나 통증이 오거나 숨이 잘 쉬어지지 않더라도, 치명적이지만 않다면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 살아남기만 한다면 웃을 수도 있고 먹고 마실 수도 있고 여행도 떠날 수 있다. 사랑도 할 수 있고 글을 쓸 수도 있다.




월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리다 그쳤다. 보이지 않을 만큼의 비만 조금 시늉을 할 뿐이다.


혹시 지금 같은 이유로 힘들어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지나가기를, 시간을 잘 넘기시기를 바란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외치고 싶다.

죄책감의 위험함을 말하고 싶다.

방어기제로 일단 외면해도 괜찮다.

언젠가 때가 되면 정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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