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S 너는 누구냐
누구든 다양한 성격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 평소엔 차분하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마음속 야수가 깨어나는 사람도 있고, 직장에선 호랑이 같던 임원이 집에선 온순한 양이되는 걸 보기도 한다. 나에게도 다른 성격을 끌어내는 특정한 상황이 있을까?
확실히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는 국민들의 모든 사생활을 도청하고 감시한다. 만일 그들이 나를 도청한다면 그들의 입에선 이런 말이 흘러나올 수도 있다.
“얘 갑자기 왜 이래?”
나를 갑자기 달라지게 만드는 - 나를 도청하는 이가 있다면, 그에게 착각을 안겨주는 - 무언가는 PMS (생리 전 증후군)이다.
PMS가 오기 전엔 적당히 계획적이고, 적당히 계획을 뭉개기도 하고, 적당히 할 일을 해나가며, 또 적당히 징징대기도 하며 사회적인 동물로 살아간다. 그러다 대자연이 나를 덮치기 2주 전쯤부터 슬슬 감당할 수 없는 힘에 끌려간다. 무엇이든 참기가 힘들어진다. 마치 사회적 동물로 기능하기 위해 눌러야 하는 버튼이 없어진 것처럼 굴게 된다.
야식을 먹으면 속이 뒤집어질 걸 뻔히 알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식을 먹기 전까진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된다. (자는 것 마저도) 그럴 때 먹고 싶은 음식은 당연하게도 (마라탕과 엽떡 같은) 속을 까뒤집어 놓는 메뉴들이다. 다른 음식으로는 절대 대체할 수 없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은 후에는 잘 길들여진 짐승처럼 만족스런 콧김을 내뿜으며 흡족하게 잠에 들 수 있다. 명심해라, PMS에 시달리는 짐승을 달랠 수 있는 건 오직 먹고 싶은 음식을 주는 것. 그것뿐이다.
사회적 동물로 변신하는 버튼이 없어진 PMS기간의 여자는 종잡을 수 없다. 건드리면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쉬이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짐승이 된 여자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이해가 조금 쉬워질지도 모른다.
우선 자궁은 여자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두꺼운 집을 짓고 주인을 들여보내주지 않으면 이 집을 허물어버릴 거라고 협박한다. 아파트도 허가를 내줘야 건축하는데, 내 몸 안에서 내 의견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제 멋대로 계속 재건축을 해댄다.
끊임없이 재건축을 하면서 몸에 여러 호르몬들을 내뿜는데, 이게 또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슴은 돌처럼 딱딱해져서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고, 뛰어야 될 상황이라도 오면 가슴을 잡고 뛰어야 할 정도로 고통스럽다. 아랫배를 비롯해 몸이 잘 붓고 무거워지니 이것 또한 여자를 쉽게 지치게 한다. 많이 먹게 되는데 소화는 안 돼서 변비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쯤 되면 입에서 기도가 절로 나온다.
“자궁아, 이왕이면 빨리 무너뜨려주면 안 될까?”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내 맘처럼 되지 않는다. 평소 컨디션의 70퍼센트 정도만 가지고 생활하려고 하니 힘이 들고 쉽게 욱하게 된다. 거기에 더해 호르몬은 감정의 그래프를 큰 폭으로 변경시키기 때문에 화가 나는 상황에선 더 화가 나고, 슬픈 상황에선 더 슬퍼진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생리기간을 살뜰히 챙겨주는 모습은 스윗해서라기 보다는 살아남기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때 잘못 건드리면 진짜 큰 일을 당하게 된다는 걸 미리 경험해 봤기 때문일 거다. 커플의 큰 싸움은 아마 이 기간에 여자의 신경을 잘못 건드렸을 때 생기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날카로운 신경이 놀랍게도 누그러지는 순간이 있다.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컵을 내려놓는 것 하나도 조용하게 내려놓게 되는 그런 날. 도파민과 충동과 자극에 절여져 살다가 일순간 그 모든 자극들을 물리치는 침묵의 평화를 느끼게 되는 그날, 생리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2주 내내 괴롭히던 PMS가 단 한순간에 없어진다. 아주 허무하게. 전날과 다음날의 성격 격차가 너무 커서 주변 사람들에게 또 이런 말을 듣곤 한다.
“얘 갑자기 왜 이래?”
두 번의 “얘 갑자기 왜 이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비로소 한 달이 넘어간다. 위의 PMS 썰은 모두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글이므로 모든 여성들이 이렇다는 건 아니다. 다만 PMS가 심한 여성들은 일상이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기도 하다는 걸 주절주절 이야기해 보았다.
+) PMS는 생활습관과 식습관 등으로 정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극심한 경우에는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을 수 있으니 매달 PMS로 고통받는 여성분들은 꼭 진료를 받아보시길 바란다.
실제로 약을 몇 달 먹으면 정도가 덜해지는 걸 체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