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랑 밥을 같이 먹는다꼬?

망고 앤 스티키라이스

by 연쇄도전러 수찌

‘담넌 사두악 수산시장’에 가는 날. 전날 길거리 여행사에서 담넌 사두악 수산시장 투어를 예매했다. 호텔로 9시면 데리러 올 거라고, 꼭 그 전에 로비로 내려와 기다리라며 신신당부를 하더니! 감감무소식이다.

‘괜히 현지 투어로 한다고 고집부렸나. 안전하게 한국 여행사 예약을 하고 올 걸 그랬나…?’

약속시간이 5분, 10분이 지나도 데리러 오는 차가 없어서 점점 초조해졌다.

“우리 호텔 이름 제대로 알려준 것 맞아?”

“맞아, 이 이름은 여기밖에 없다고.”

“근데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야?”

“그러게……. 나도 모르겠어.”


“정말 예약한 것 맞아요?”

호텔 직원도 한마디 거든다. 사기당한 건 아닐까, 오늘 투어객 정보에서 우리가 누락 된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짙어진다. 9시 15분, 20분. 초조한 마음으로 괜히 숙소 유리문 앞을 빼꼼히 쳐다본다. 밖으로 나가 호텔 앞을 괜히 서성이기도 한다. 어제 그토록 친절하던 여행사 직원 얼굴도 생각나고 명함 한 장 안 받아온 내 탓이 되기도 한다.

“진짜 데리러 오는 거 맞지?”

“그럴걸? 늦는 걸 거야.”

엄마가 재차 묻는다. 이제 나도 확신이 없다.


‘끽-’ 소리와 함께 하얀 투어용 밴 하나가 호텔 앞에 멈춰 섰다. 조수석에서 한 남자가 벌컥 문을 열고 뛰어내린다.

“아엠 쏘리 쏘리. (미안해)”

아침에 태울 사람이 많아서 늦었단다.

‘이럴 거면 왜 9시 전에 나와 있으라고 강조한 거야?’

어이없지만, 즐거운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아 그냥 넘기고 말았다. 방콕 외곽에 위치한 ‘담넌 사두악’시장. 대중교통으로 갈 수도 있지만 여러 번 갈아타야 한다고 했다. 엄마와 아침부터 고생하고 싶지 않아서 투어를 예약했더니. 아침 30분 동안 다른 방법으로 진을 빼놨다!


다행히 수상 시장 풍경은 충분히 이국적이다. 배 위에 솥 걸고 돼지고기를 튀겨 파는 가게, 두리안, 바나나, 리치, 망고, 파파야 따위 열대 과일을 풍성하게 싣고 즉시 썰어 파는 가게. ‘동남아시아’ 정취가 흠뻑 느껴졌다. 수상 시장이라 배 위에서 물건 파는 상인도 많다. 수로 따라 가게를 차려둔 골목도 있다.

수로 상점은 배를 빌려 구경한다. 주로 접근성 좋은 수로 양쪽으로는 관광객용 기념품 가게가 남았다. 각종 옷가지와 장식품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는 듯 주렁주렁 매달아 뒀다. 수로 사이로 뱃사공이 노를 젓는다. 배에 기대어 앉아 양쪽 ‘수상 쇼 윈도’를 구경하는 아이 쇼핑이 시작된다.


거의 관광 시장으로 전락해 물건값은 말도 못 하게 비싸다. 뱃사공들은 이 가게 저 가게로 배를 붙이며 우리가 물건에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던 조각품이 눈에 들어온다. 지나가는 말로 슬쩍 가격을 물었다. 이럴 수가. 바깥 거리 가격의 10배도 아닌 ‘100배’를 부른다. 얼토당토않은 가격. 뱃사공에게 ‘그냥 가자’라는 신호를 보냈다. 가게 주인이 조급해진다. 알아서 가격을 깎는다. 가자는 손짓 한 번에 가격은 1/10토막 나고 멀어지는 등 뒤로 점점 싼 가격이 들려왔다. ‘한 놈만 걸려라’식 장사법인 듯했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상술에 이곳에서 기념품은 절대 구매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작은 배 타고 수로 곳곳을 누비는 시간이 끝나면 ‘긴꼬리 보트’라 불리는 모터보트를 탄다. 이 큰 배로는 수로 전체를 크게 한 바퀴 돈다. 노 젓는 배로 몸속 혈관같이 이어진 수로 구석구석을 구경했다면, 모터보트는 몸통 전체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관리한다고 나뭇가지를 쳐 낸 듯하지만, 물길 근처로 나무와 풀이 무성하다. 물로 가득한 땅에도 사람이 사는지 줄줄이 널린 빨래도 보였다. 무성한 정글을 달리다 태국의 베네치아 같은 마을을 지나다 다시 정글을 달렸다. 물가라 건물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그 또한 운치 있게 느껴졌다. 보트가 날 듯이 빠르게 달리면 앞 보트에서 날아온 싸구려 기름 매연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 때문에 안타깝게도 정글 탐험에 완전히 몰입할 수는 없었다.


두 가지 배를 타고 수상 시장을 돌아봤다. 이번에는 발로 닫을 수 있는 곳을 구경할 차례. 물가인 데다 길 따라 천막이 드리워져서 방콕 시내보다 훨씬 시원하게 느껴졌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 사로잡기 위해 각종 음료, 아이스크림, 과일, 디저트 파는 가게도 많다. 투명한 ‘김밥 담는 도시락통’ 같은 용기에 든 망고가 눈에 들어왔다. 달큰한 망고 하나 먹으면 딱 맞을 타이밍. 그런데 도시락통에 깎은 망고만 든 게 아니다. 완전 우리 백미밥같이 생긴 쌀밥이 애기 주먹만큼 들었다. 종이에 쓰인 설명을 보니 ‘Mango and Sticky Rice’란다.

‘망고랑 찹쌀밥? 반찬으로 과일은 상상이 안 되는데?’

종종 대보름에 찰밥 먹긴 했어도 어디까지나 ‘밥’의 연장선이었지 디저트는 아니었다. 나 역시 상상이 어려운 조합인데, 엄마는 오죽할까? 어디에선가 이 ‘망고밥’이 태국 유명 먹거리란 말 들은 적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안되면 망고만 건져 먹지 뭐.’

망고 도시락 한 통을 샀다. 열어보니 간장 담을법한 일회용 용기에 코코넛 밀크도 동봉되어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라 믿고 코코넛 밀크를 찰밥에 부었다. 포크로 둘을 잘 섞고 동그랗게 한 덩이 떼 맛봤다. 어금니로 잘게 씹으니 고소한 떡 먹는 식감으로 변한다. 맛도 나쁘지 않다. 엄마도 같은 반응. 길게 썰린 망고를 다시 한입 크기로 잘랐다. 망고를 포크 깊숙이 푹 찍고 그 포크 그대로 찰밥도 한 덩이 떴다.

“망고랑 같이 먹어볼게.”

“어때?”

“오, 괜찮아. 생각보다 괜찮아. 맛있어.”

“그래? 엄마도 한 입 줘봐.”


엄마 눈이 똥그란 토끼 눈이 된다. ‘밥’을 ‘과일’과 같이 먹는다는 선입견 때문에 꺼려졌는데, 맛보니 이거 예상과는 다르다. 즙이 뚝뚝 떨어지는 익은 망고와 고소한 코코넛 밀크. 의외로 잘 어울렸다. 알알이 씹히다 뭉쳐지는 찰밥은 식감을 더한다. 망고는 금방 입안에서 흩어지지만, 꼭꼭 씹히는 찰밥이 떡처럼 오래 남는다. 고소한 망고 맛 떡을 먹는 것 같다. 망고밥 맛에 눈을 뜨니 한 통으로는 부족했다. 한 통 더 사 와서 같은 자리에서 해치웠다. 이 뒤로 카페 혹은 음식점 메뉴판에서 ‘망고와 찰밥’이 보이면 고민 없이 한 그릇 시켰다. 이 메뉴가 있는 집이라면 항상 우리 디저트는 ‘망고밥’이었다.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기에 즐거운 것이 여행. 이 사실을 알지만, 엄마 모시고 온 길에서는 ‘제발 계획대로’ 흘러가기를 바랬다. 낯선 땅, 역시 마음대로만 일이 풀리진 않았다. 그래도 마침내 다 잘되었고 엄마와 나는 이색적인 하루를 보냈다. 매연 맞을지언정 수로 탐험을 즐겼고 모녀 취향 저격인 디저트를 찾았다. 엄마를 ‘모시고’ 온 여행이라 생각해서 나 홀로 여행보다 더 완벽하기를 바랐다. ‘모시고’ 온 길이지만 결국은 ‘함께하는’ 여행이었다. 이 시간 또한 여느 여행처럼 헤매고 마음 졸일 수도 있었다. 내게 모든 여행이 그랬듯 ‘그래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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