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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담다 Mar 13. 2023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

여기는 국밥

국밥집 주방은 밀려드는 주문서에 바빴다. 홀에 나가볼 수 없었다.

자꾸만 홀에서 큰소리가 들린다. 안 되겠다 싶어 순댓국을 올려놓고 홀로 나가보았다.

주방에서 홀로 나가는 순간 긴 생머리 어린 여자아이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무표정한 얼굴은 무거웠다.

어둡고 안절부절이다.

왜일까?

단 몇 분 만에 그 이유를 알았다.


아이엄마는 울고 있었다.

울며 소리쳐 마주 앉은 남편에게 화를 쏟아내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집은 없어도 이혼은 안 했어!

너네 집은 집만 있고, 그래서 다 이혼했냐?


며칠씩 집에 안 들어오더니,

이러려고 집에 들어왔냐?


소주 한잔 하자고 하더니,

이러려고 나오자고 했냐며 하소연은 계속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를 주방 앞으로 데리고 왔다.

의자에 앉게 하고 꼭 껴안아 주었다.


그리고, 밥은 먹었냐고 물었다.

밥은 먹었다고 했다.

다행이다.


애 밥도 못 먹었을까 봐 걱정이었는데...

다시 물어도 밥은 먹었단다.


우리 큰딸은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서 어린아이에게 다 내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옆 편의점에 뛰어갔다 온 모양이다.

초콜릿우유를 사 왔다.

이 역시 아이에게 내밀었다.


5번 테이블 혼자 식사하시던 손님도 주머니를 다 뒤져본다.

주머니에서 사탕하나 꺼내서 아이에게 내민다.

괜찮아!

아저씨딸이 먹는 사탕이야.

먹어봐! 하신다.

참, 감사한 손님이시다.


아이에게 물었다. 몇 살이야?

열 살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한창 예쁘게 뛰어놀 나이인데...


나는 다시 한번 꼭 껴안고 얘기했다. 괜찮아.

어른들이 다시 어른이 되는 시간이야!


5번 테이블손님이 내어주신 사탕을 까서 아이입에 넣어줬다.

달콤한 사탕으로 잠시 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엄마는 많이 서운했나 보다. 아이가 아직 보이지 않은 듯했다.

아이가 옆에서 얼음이 되었다.



나와 큰딸은 어린아이와 함께 유튜브를 시청하기로 결정했다.

유튜브검색을 하던 중 아이엄마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나 보다.


다행이다. 그만이다.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주방으로 들어와 나의 30대 초반은 어땠나?

그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그때의 나도 같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50이 되었다.

어찌 알았는지.

큰딸은 주방으로 들어와 한마디 거든다.

이래서 내가 결혼 안 한다니까! 한다.


요즘아이들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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