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들을 돌아다니다보니 그 안의 더 깊은 이야기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파리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갤러리가 된 페로탕(Perrotin) 갤러리와 대화를 나누어보았습니다. 페로탕이 말해 준 핵심 철학, 작가들과의 특별한 인연, 한국 미술계를 향한 관심 등 다채로운 속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Q. 글로벌 메가 갤러리이자 파리를 선도하는 갤러리로서 페로탕의 미학적 가치를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21살에 처음 갤러리를 열고 오늘날 세계적 성공을 거두기까지, 페로탕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엠마뉴엘 페로탕(Emmanuel Perrotin)이 지켜온 핵심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페로탕의 목표는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서 이들이 작업 활동만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우리는 작가들과 오랜 시간 긴밀하게 협력해 왔고 몇몇 작가들과는 30년 이상 일했죠. 작가들의 야심 찬 프로젝트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 하나의 목표는 대중 그리고 컬렉터, 공공기관, 미술관 등 미술계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도록을 출판하고, 토크 프로그램, 이벤트, 어린이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들을 조직합니다. 페로탕은 현재 8개의 도시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대규모 전시를 개최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Q. 페로탕은 많은 성공한 작가들을 글로벌 아트 씬에 데뷔시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엠마뉴엘 페로탕은 한 인터뷰에서 갤러리스트의 핵심 능력은 '좋은 작가를 찾는 능력'이라고 했는데요. 페로탕은 어떤 방식으로 갤러리에서 선보일 작가들을 찾나요?
페로탕은 당시 완전히 무명이었던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들과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한 예를 들자면, 엠마뉴엘은 무라카미 다카시를 1993년 요코하마에서 있었던 NICAF 아트페어에서 처음 만났죠. 엠마뉴엘이 처음으로 참여했던 일본 아트페어였죠. 페어 첫날, 그는 풍선과 운동복으로 만든 조각을 발견하고 흥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페로탕의 부스에 일본 작가들이 찾아왔죠. 그들 중 단 한마디의 영어도 하지 못했던 한 명이 무라카미 다카시였습니다. 다카시는 페로탕을 데리고 자신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던 부스로 갔고, 그곳에 전시된 조각들이 엠마뉴엘이 이전에 눈여겨봤던 조각들이었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고, 다음 해 뉴욕의 그래머시 공원(Gramercy Park)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그곳에서 다카시는 엠마뉴엘에게 자신의 새로운 회화 작품 슬라이드를 보여주었죠. 그 작품들이 마음에 든 엠마뉴엘은 즉시 페어에서 전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작품 생산 비용과 국제 운송비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그 후 파리에서 전시를 열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요.
Q. 페로탕에 소속된 한국 단색화 거장인 박서보 작가가 2023년 10월 14일 작고하셨습니다. 페로탕과 박서보 작가의 인연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박서보 작가님이 별세하신 건 굉장히 슬픈 소식이었습니다. 페로탕은 지난 10년 동안 박서보 작가의 작업을 지원하고 홍보해 왔습니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우리 갤러리의 한 디렉터가 2010년대 초반에 박서보 작가와 그의 작품을 주목했고,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박서보 작가가 일본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이는 2014년 박서보 작가의 페로탕 첫 전시로 이어졌죠.
2014년 페로탕 파리에서 열린 박서보 작가의 첫 유럽 개인전 후로 페로탕은 계속해서 서구 미술계에 박서보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2015년에는 페로탕 뉴욕에서, 2016년에는 홍콩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8년과 2019년에는 뉴욕과 파리에서 전시를 개최했습니다. 또한 2021년 프랑스 샤토 라 코스트(Château La Coste)에서 있었던 박서보의 개인전을 지원했죠. 그리고 2023년 3월 있었던 제주도에 박서보 미술관 건립 기공식 역시 페로탕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박서보 작가는 페로탕을 통해 다른 한국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는 데 공헌하기도 했습니다. 페로탕 파리에서 있었던 《ORIGIN》(2016.01.09.~02.27.)에 서승원, 최명원, 이승조 작가를 소개했어요. 작년에는 한국의 거장 중 한 명인 심문섭 작가를 추천해 주셨고요. 심문섭 작가는 2022년 페로탕 홍콩에서 있었던 첫 전시에 이어 페로탕 파리에서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Q. 페로탕은 한국에도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페로탕이 처음으로 한국 미술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페로탕은 서울에 공간을 연 최초의 인터내셔널 갤러리 중 하나입니다. 2016년 서울의 역사적인 문화 중심지인 삼청동에 첫 공간을 열었죠. 2022년에는 서울의 고급 쇼핑 지구인 도산공원과 호림아트센터 중간으로 이전해 갤러리의 활동 범위와 미술계와의 연결을 강화했습니다. 현재 갤러리는 루이비통 메종 서울(Maison Louis Vuitton Seoul)과 한국의 주요 옥션인 케이옥션과 서울옥션 근방에 위치합니다. 2022년 새로운 장소에서의 개관식은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의 첫 시작과 같은 시기였죠.
박서보 작가에 대해 답변한 것처럼, 서울에 지점을 두지 않았을 시절에도 페로탕은 한국 작가들의 저력을 인지하고 있었어요. 더욱이 국공립 미술관, 사립미술관, 갤러리, 아트페어, 비엔날레, 옥션 등 한국 미술계의 강한 기반을 알기 때문에 페로탕은 한국을 글로벌 아트 허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6년 글로벌 메이저 갤러리 중 첫 주자로서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주변에 갤러리를 열었던 것도 그런 인식 때문이었죠.
한국 미술계의 또 하나의 저력은 컬렉터들입니다. 한국의 컬렉터들은 오랫동안 해외 현대미술을 수집해왔으며, 새로운 미술을 받아들이는 데 매우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는 페로탕과의 대화를 일부 발췌하고 편집한 버전입니다. 인터뷰 전문은 추후 다른 형식으로 공유해보려 합니다.
인터뷰어: 수카(최보영)
인터뷰이: 페로탕 Perrotin (갤러리)
인터뷰 진행일: 2023년 11월 2일 ~ 2023년 12월 21일 *서면 인터뷰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 @galleryinparis @borongram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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