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천안 친구집 모임에 갔다가 대파를 뽑아왔다. 친구 시골집은 사람이 늘 상주하지는 않는다. 주인이 살지 않는 텃밭은 먹거리가 넘쳐난다. 텃밭에는 파도 있고 부추도 있고 각종 봄나물도 많이 있다. 바구니와 칼만 들고나가면 식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식재료들이 많아 눈으로 보기만 해도 풍요롭다. 마트에서 사 오는 야채들과는 느낌이 다른 친근감이 있다.
친구집 텃밭에 있던 대파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한 묶음 씩 뽑아 집으로 가지고 갔다. 나도 한 묶음을 집에 가지고 와 쓰지 않는 넓은 화분에 심어놓고 음식을 할 때마다 한두 뿌리씩 뽑아 양념으로 썼다. 사다가 먹는 대파와 달리 텃밭에서 뽑아 먹는 느낌이었다. 파를 다듬고 만질 때마다 친구네 집 풍경과 친구의 마음까지도 생각하게 한다.
요 며칠 나는 몰랐는데 맨날 화초 때문에 베란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남편이 대파 꽃대가 나오면 맛이 없어진다고 한다. 아침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대파를 모두 뽑아와 다듬으라고 싱크 데에 가져다 놓는다. 대파는 항상 마트나 시장에서만 사다가 먹었기 때문에 꽃대가 올라온 대파는 잘 보지 않았다.
조롱조롱 매달린 대파꽃이 귀엽다. 꽃이라 말하니 꽃인 줄 알지 아니면 꽃이 아닌 줄 알겠다. 모든 생물은 종족을 보존하는 숙명을 가졌다. 사람에서부터 모든 동물도 그렇고 식물조차도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 다음 세대를 남긴다. 나는 대파를 다듬으면서 생각을 한다. "대파 너도 꽃을 피워 씨앗을 남기려 했는데 내 손에 의해 꿈이 좌절되었구나"라고 말을 하면서 모지락스럽게 꽃을 꺾어 버렸다. 꽃 속에는 아직은 까만색이 아닌 연 초록 씨가 맺혀있다.
예전에는 몰랐다. 꽃이 피면 피는 것이고 모든 세상의 만물이 당연히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하여 가는 거란 생각을 했다. 글을 쓰면서 모든 사물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달라진 만큼 세상의 일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 무엇이든 우주의 신비에 따라 태어나고 소멸되는 이치가 궁금하고 신기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양념 재료가 대파다. 대파는 가지고 있는 효능도 다양하다. 대파의 흰 줄기는 사과보다 5배나 많은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고 녹색잎에는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베타카로틴과 관절에 좋은 칼슘이 많아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뿌리에는 면역력에 좋은 알리신과 폴리 페놀성분이 많아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되는 등 대파는 우리 식단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재료다.
대파를 다듬으면서 나는 중얼중얼 대파에게 말을 건넨다. 그래 너는 이제 우리의 식탁으로 와서 너의 생명은 다 할 것이다. 그냥 사다가 먹는 대파였다면 몰랐을 친구네 텃밭에서 가져온 대파는 마치 친구 마음이 그 안에 다 담겨 있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시큰해 온다.
무엇이던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내 친구. 그렇게 사람들을 잘 챙기고 덕을 베푼 친구는 복을 받아서 그런지 자꾸 부자가 되는 것 같다. 고맙다. 내 삶의 동반자 같은 친구야! 대파를 다듬어 냉동고에 넣으면서 여러 생각을 해 보는 아침이다. 파뿌리는 씻어 말려 물을 끓여 먹을 것이다. 이렇게 작은 소소한 일들을 하면서 살아내는 일상이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