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마음 사용법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의 접근
그동안 연구자들은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을 통해 떠도는 마음의 작동 원리를 서로 다른 시각에서 규명했다. 인지과학은 떠도는 마음이 작동하는 심리기제를 밝혔고, 신경과학은 심리기제가 작동하는 뇌의 영역과 뇌신경의 작동 원리를 밝혔다. 최근에는 마음이 떠돌 때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기술을 사용하여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 양상을 촬영하고, 인지과학이 밝힌 떠도는 마음의 심리기제가 작동하는 해당 뇌 부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였다. 이를 토대로 마음과 뇌의 역동적인 관계를 통합적으로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일에 집중하고 있던 사람이 떠도는 마음을 보면, 주의가 산만하고 흐트러진 정신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해소되거나 바로 잡아야 할 정신 상태이다. 이러한 인지과학의 해석에 대해 신경과학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일상의 대인관계에서 일어난 사례를 통해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의 해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통성명을 하고 바로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박 팀장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국내 대기업에서 만난 박준혁 팀장은 다른 사람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상대방과 이름을 주고받았지만, 이어서 “죄송합니다. 성함을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라고 요청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주의를 집중했지만, 이내 상대방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그는 인사를 나누었으면서 왜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최근 상황을 다음과 같이 떠올렸다.
“이번에는 실수 없이 이름을 꼭 기억해야지라고 다짐했습니다. 처음에는 분명히 상대방의 이름에 주의를 기울였는데, 그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의 다른 해석
상대방의 이름을 듣지 못한 박 팀장의 사례를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으로 해석해 보자. 인지과학에서는 웨그너의 통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그 순간에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주의 분산이 일어났다. 이때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주의가 내면의 다짐으로 옮겨졌다. 마음이 떠돈 것이다. 따라서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인지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인지 실패가 일어났다. 즉 정신 통제에 실패한 것이다.
신경과학에서는 실수 없이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인지 과제’를 해결하는 뇌의 실행센터, 학습을 관장하는 습관센터, 그리고 떠도는 마음을 주관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신경 체계의 작동에 따른 것으로 설명한다. 뇌에서는 인사를 나누는 행동에 대한 신경망과 이름을 기억하는 신경망의 연결이 반복적으로 끊기면서 두 신경망은 무관한 것으로 학습되었고, 반복된 학습은 습관센터와 연결된 기억에 저장되었다. 박 팀장이 인사를 나눌 때, 주의가 분산되면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기억에 저장된 내용을 실행센터와 습관센터와 공유하고 신경 메시지를 마음으로 보낸다. 마음은 뇌의 신경 메시지를 받아서 습관대로 행동하도록 했다.
박 팀장의 사례로 보면, 떠도는 마음의 기능에 대한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의 해석은 다르다. 물론 인지과학에서 다른 이론적 해석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지과학에서는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인지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떠도는 마음이 방해했다. 그러나 신경과학에서는 박 팀장의 습관에 따른 것으로, 신경정보로 전달된 뇌의 메시지를 마음이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이와 같이 인지와 뇌의 역동적인 관계를 통해 떠도는 마음을 설명하는 경우, 정신 통제의 인지적 실패 때문이라는 기존의 인지과학 해석은 제한적이다. 사람은 인지적 오류를 범하고 뇌가 보내는 잘못된 메시지를 따르기도 한다. 여기서 떠도는 마음을 이해할 때, 챙겨야 할 것은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의 해석을 통합적으로 볼 필요성이다. 이제 박 팀장에게는 선택의 문제가 남아있다. 독자의 왼손에는 마음의 다짐이 있고, 오른손에는 뇌의 메시지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독자의 몫이다. 이에 대한 생각 파트너의 의견은 후속 글에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