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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파트너 이석재 Aug 02. 2020

생각이 만드는 또 다른 생각

떠도는 마음 사용법

책의 원고를 쓰다가 쏟아지는 폭우 소리에 눈길이 창밖을 향했다. 순간 집중했던 마음이 떠돌기 시작했다. 빗소리가 이렇게 좋은 데 딴생각을 해도 좋다. 그동안의 삶에서 "딴생각하지 말고 집중해야지. 집중해서 노력해도 원하는 것을 얻을까 말까 한데 말이야."라는 말을 귀에 달고 살았다. 이제는 딴생각을 주도적으로 하면, 그때 그 생각을 딴생각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그때는 무슨 생각일까? 올바른 생각? 생산적인 생각? 제대로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를 않는다. '단생각', 달콤한 생각말이다. 이것이 좋겠다. 확정! 


생각에 의한 생각이 만든 태도 변화


  심리학자인 테서는 오랫동안 생각이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당시 지배적인 인지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외부로부터의 정보를 처리하고 대응할 때 인지 도식을 준거로 사용한다. 인지 도식은 정보를 조직화하고 통합하는 인지 틀로서, 정보의 속성과 개념, 심리적 표상을 체계화시킨 것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대상에 대한 정보를 접할 때 자신의 인지 도식을 토대로 생각하고, 그 생각은 새로운 대상에 대한 태도를 인지체계와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이와 같이 인지 도식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1976 테서는 생각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흡연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하는 글을 보여주고, 30초, 60초, 90초, 120초와 같이 생각하는 시간을 순차적으로 늘려 주었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수록 참가자들의 태도는 더 극단적으로 찬성 또는 반대하는 변화를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누구의 강요나 요청에 의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생각 자체가 만들어내는 효과였다.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생각 자체의 인지적 기능을 처음으로 밝혀낸 연구 결과였다. 


  그의 연구에서 실험과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생각 집단’은 실험과제와는 상관없는 과제에 대해 생각한 ‘무관한 생각 집단’이나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통제집단’에 비해 새로운 생각을 더 많이 만들어 냈다. 생각 집단은 자발적으로 기존의 생각을 재해석하거나 왜곡하고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여 통합했다. 새롭게 생성된 생각은 기존에 특정 대상에 대해 가졌던 태도보다 더 긍정 또는 부정적인 태도를 갖도록 영향을 미쳤다. 즉 자발적으로 극화된 태도변화를 보인 것이다. 일상에서 고민을 하면 할수록 심각해지고, 고민과 무관했던 생각들이 새롭게 연결되면서 부풀려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반추적 사고의 심리기제


  1996년 테서는 생각의 자생적 태도변화 원리를 토대로 반추적 사고를 설명하였다. 반추는 포유동물이 삼킨 음식을 다시 게워내어 씹는 되새김질이다. 반추적 사고는 자신의 의도와 관련 없이 과거에 경험한 부정적 사건과 관련된 생각이 저절로 반복해서 의식에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반추적 사고는 생각을 요구하는 근접한 환경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도 일어나고, 특정 주제와 관련된 인지활동을 발전적으로 전개시키는 도구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특히 반추적 사고는 개인적인 관심과 목적에 관련된 주제에 연관되어 있고 자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면, 한 달 전에 했던 의사결정을 떠올리며, 그때 내가 의사결정을 했더라면 지금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상상하며 아쉬워한다. “그때 그 아파트를 샀더라면, 지금 얼마를 벌었을 텐데”라고 되새기는 것이다. 문제는 이 생각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불안하거나 의기소침할 때, 걱정이 클 때 반복해서 머릿속에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 사고는 이후에 개인의 관심이나 목적을 달성하도록 돕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한다.

 

  반추적 사고는 특정 주제에 대한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데 비해, 떠도는 마음은 하나의 주제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주제를 옮겨 다닌다. 마음이 떠돌다가 한 주제에 묶여 관련된 생각이 집중적으로 떠오르게 되는 정신 상태는 반추적 사고와 공통점을 갖는다. 따라서 뇌 기능은 서로 다르지만, 반추적 사고를 떠도는 마음의 예외적인 것으로 보기도 한다.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반추적 사고를 억제하는 것은 떠도는 마음을 억제하는 것보다 어렵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반추적 사고를 하는 빈도가 높아지면 우울해진다. 이와 같은 심리기제로 인해 정서로서 우울은 인지로서 반추적 사고와 한쌍이다.



마음에 대한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의 만남


  인지심리학에서 떠도는 마음에 대한 연구는 스몰우드의 연구를 전후해 활발하게 추진되었다. 같은 시기에 신경과학에서는 뇌기능에 대한 연구를 통해 떠도는 마음의 신경과학적인 기제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제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의 연계를 통해 통합적으로 떠도는 마음을 연구하고 설명하는 길이 열렸다.


  떠도는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경우, 그 이유를 단정하기보다 깊게 탐구할 필요가 있다. 떠도는 마음의 작동 기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균형 잡힌 마음 관리를 할 수 있다. 떠도는 마음이 일을 방해하고 불안과 우울을 가중시켜 정신을 망가트리고, 종국에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 유해하다는 통념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떠도는 마음의 밝은 기능을 일상에서 작동시킴으로써 더 일에 몰두할 수 있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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