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온기, 5년이 흘렀다

귀여운 아기 강아지

by 참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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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는 이름으로 마주친 인연들이 유독 마음 한구석에 깊은 자국을 남기는 날이 있다. 흙먼지가 조금 날리던 어느 마당, 굵은 나무 기둥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던 두 마리의 강아지를 만났던 그날이 그랬다. 한 녀석은 복슬복슬한 털을 입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고, 옆에 있던 다른 녀석은 무슨 사연인지 털을 짧게 깎은 채 조금은 쑥스러운 듯 곁을 지키고 있었다. 낯선 이의 인기척에도 꼬리를 살랑이며 다가오던 그 무해한 생명력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이나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거친 흙바닥을 딛고 선 그 조그만 발바닥이, 내 손바닥에 전해지던 콩닥거리는 심장 박동이 발길을 붙잡아 떼어낼 수 없게 만들었다. 생김새는 약간 다르지만 직감적으로 둘이 남매나 형제임을 알겠다


그 짧은 오후의 만남 뒤로 어느덧 다섯 번의 계절이 바뀌고 다시 돌아왔다. 5년, 사람에게도 결코 짧지 않은 그 시간이 강아지라는 생명에게는 소년기를 지나 어엿한 어른이 되는 긴 세월이었을 것이다. 그때 나의 손길을 허락해 주던 그 보드라운 털의 감촉은 이제 기억 속에만 머물러 있지만, 문득문득 그 아이들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건 아마도 그때 나누었던 눈 맞춤이 꽤 진실했기 때문일 테다. 털이 듬성듬성했던 그 작은 아이는 이제 윤기 흐르는 멋진 털을 갖게 되었을까. 겁 없이 나를 반기던 그 맑은 눈망울은 여전히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가 다시 만날 확률은 희박하고, 나의 기억 속 너희는 영원히 그날의 아기 강아지로 남아있겠지만, 부디 어딘가에서 씩씩하고 건강한 성견이 되어 사랑받고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름조차 지어주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으나, 너희가 건네준 그 따스한 위로만큼은 내 안에서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비바람 막아주는 든든한 지붕 아래서, 아프지 말고, 배고프지 말고, 꼬리 칠 일이 많은 날들을 보내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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