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애 유튜버라면 하고 싶은 말

#19. 연애의 시작도, 유지도 힘든 모든 분들께.

by 기록하는 슬기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에 접속했다가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놈에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띄워주는 동영상 때문인데, 가끔은 '얘가 내 머릿속, 적어도 일기장은 훔쳐본 거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요즘 부쩍 외롭기도 하고 떠나고 싶은 내 마음을 대변해 주듯 알고리즘이 띄워주는 영상은 '연애' 영상, '여행' 영상인데 그중에 압도적으로 많이 뜨는 영상은 '연애'관련 영상이다.


분명 지금 당장 누군가를 만나서 연애를 시작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런데 다들 썸네일, 제목 장인들이라 막상 연애 유튜버들의 영상이 뜨면 누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시작부터 하지 말아야 할 연애', '여자가 오해하고 있는 남자의 행동' 등과 같이 호기심을 한 방에 자극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사람의 감정과 심리에 대해서 눈치가 빠른 편이고 관련 학문에 관심도 많았었고, 중학생 때부터 주변 친구들의 연애 상담을 도맡아 해 온 꽤 오래된 연애 상담 경력자로서 내 또래의 '연애 유투버'들이 하는 카운슬링이 궁금하기도 했다.


나도 이제는 '연애'란 관계와 감정에 대해 나름의 생각과 철학이 정립되었기에 그들에게 조언을 듣기보다는 내 생각과는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 점에 중점을 맞춰서 영상을 본다. 대부분 연애 유튜버들은 구독자들의 사연을 받고, 그 사연을 바탕으로 상담을 해주면서 '연애'에 있어 핵심이 될 만한 행동이나 팁을 알려준다. 특히 연애 유튜버들이 알려주는 '연애를 잘할 수 있는 팁'을 담은 영상들은 샐 수 없이 다양하다. 그 팁들을 보면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 차이를 설명해주면서 일종의 '연애 스킬'을 알려준다. 그 스킬들을 듣고 있으면 그럴싸하다. '앞으로 나도 연애를 하게 된다면 기억하고 있다가 한 번 해봐야겠다.' 싶은 것들이 꽤 많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연애만큼 눈부신 관계는 없지. <사진 : 2017. 05. 나로서 사랑할 수 있던 오래전 한 순간>




그 연애 스킬들을 듣고 있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막상 썸을 타든 연애들 하든 나는 연애 유튜버들이 알려주는 대로 그 스킬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왜냐면 늘 '연애'라는 관계에서만큼은 '이성'보다는 '감성', '감정'이 훨씬 많은 양과 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애가 시작되려는 그즈음에는 그 누가 머리를 써서 이성적으로 연애 박사들이 알려준 팁을 쓸 수 있을까.


몇 번 정도는 그 스킬들을 쓸 수 있다 할지라도 그 만남이 오래가게 되면 결국 그 사람과 나는 서로의 본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니까 그런 스킬들이 만남을 성사시키는 찰나의 순간에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연애와 사랑이라는 관계와 감정의 본질은 '나'라는 사람과 '상대방'이라는 사람의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오랫동안 안정적이게, 예쁘게 만났던 사람과의 연애만큼 편안함을 느꼈던 적도 없다. 그때 나는 그저 '나'로서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을 만났었기에 가능했던 감정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보니 연애라는 관계가 더욱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거꾸로 별 거 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서로 노력하는 것은 필수이지만, '좋아하는 감정'을 위한 인위적인 감정이나 행동을 취하는 노력은 관계에 있어서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누구든 오랜 시간을 가지다 보면,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누게 되면 그 가면은 벗겨지기 마련이니까.






만약 내가 연애 유튜버가 되어서 "연애가 빨리 끝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라는 한 편의 영상을 만든다고 한다면 나는 꼭 이 말을 하고 싶다.

"여러분, 왜 내 연애는 왜 이렇게 빨리 끝나나 싶죠?

저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연애는 다른 어떤 관계보다 서로의 민낯을 빨리 볼 수밖에 없는 관계라고요.

처음에는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행동과 말로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도,

결국 나와 그 사람의 본모습이 서로에게 순식간에 보일 수밖에 없어요.


여기서 가장 어렵지만 또 가장 단순한 방법이 있어요.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시작하고 나서 그냥 솔직해지세요.

스스로에게, 그 사람에게도.

'나' 그대로의 모습으로 표현했는데 그 사람이 나와 멀어졌다면 그 사람은 언제고 멀어질 사람이었던 거 아닐까요. 반대로 생각해도 똑같고요.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속여야만 관계가 지속되는 연애는 언젠가 끝나게 돼있어요.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로요.

'나' 자신으로서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과 건강한 연애 하세요.

저는 여러분이 사랑 때문에, 사람 때문에 이제 그만 아팠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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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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