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비교'를 (당)하게 되었을 때 쓸 수 있는 비교 활용법
한 사람의 자존감을 깎는 방법 중 가장 쉬우면서 치명적인 것이 뭐가 있을까.
그중에 스스로도 쉽게 할 수 있고, 알게 모르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하루에 몇 번이고 당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비교'가 아닐까.
보통 비교를 당하거나 스스로 누군가와 비교를 하고 나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나에게는 없고, 상대에게는 있는 것'을 찾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에 의해 자주 비교를 당하기도 하지만 습관처럼 스스로 누군가와 비교를 한다. 특히 비교를 한 후 나의 자존감을 컴컴한 지하 어딘가로 데려가 주는 그 상대들이 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온/오프라인에서 유명세가 있다.
2.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3. 알고 보니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다.
4. 주변에는 늘 멋져 보이는 동료들 혹은 화려한 인맥이 있다.
5. 놀 땐 잘 놀고, 할 일은 똑 부러지게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니 내가 스스로 비교했던 대상들은 애초에 나와는 비교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았던 대상들이었나 싶기도 하다. 게다가 나는 그 상대방들을 직접적으로 알지도 못한다. 그저 SNS상으로 보이는 그들의 단편적인 모습들만 보고 나 자신과 열심히 비교를 했다. SNS에 올려진 사진과 글, 영상 속 그들에게는 '나에게 없는 것들, 그중에도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을 모두 갖고 있었다.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이라서 눌러본 누군가의 SNS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고, 그 사람의 페이지에 한참을 머문다. 뭔가에 홀린 듯이 최신 포스팅부터 몇 년 전 포스팅까지 그렇게 꼼꼼히 읽다가 훌쩍 지나간 시간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라며 SNS 창을 닫는다.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 기분.. 그 기분은 다들 알다시피 상당히 유쾌하지 않다. 그 사람의 SNS 창을 닫은 지 오래인데 유독 몇 가지의 문장들이 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실력에 비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지? 여전히 인기가 많네..'
'저번보다 살도 더 빠진 것 같고, 얼굴도 점점 예뻐진다..'
'알고 보니 000이랑도 친했었네.. 와 유명한 사람이랑도 친하구나..'
차라리 내가 "우와.. 너무 부럽다ㅠㅠ"라고 말하며 쉽게 동경을 할 수 있는 성격이라던가 "뭐가 그렇게 잘 났지???? 엄청 별로던데?"라고 여기며 사뿐히 무시할 수 있는 성격이라면 그들에 대한 감정 정리가 조금은 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성격은 그러지 않다. 나는 자존심은 세지만 무척이나 객관적인 편이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싫어하면서도 객관적인 어떤 사람의 능력이나 그 노력은 인정을 한다. 예를 들면 "아 그 사람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을 쓰지는 않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실력은 좋더라. 사진도 정말 잘 찍고. 그리고 정말 성실하더라."이렇게 말한다. 객관적인 사실마저 부정해버리면 꼭 나 자신을 속이는 것 같아 더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투가 나고 또 부러운 상대방이 있더라도 겉으로는 그들의 능력이나 노력을 쿨하게 인정하며 여유 있는 척을 했었다.
하지만 돌아서서 혼자가 될 때면 누구보다 나는 얕고 작은 마음을 가진 찌질한 한 사람이었다. 나와 비교를 당한 상대방들은 내 이름은커녕 나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데 왜 나는 늘 그런 누군가를 바라보며 홀로 작아져야 할까. 왜 나는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걸까. 그렇다면 이건 단지 SNS의 폐해일까. 만약 SNS를 하지 않는다면, 그러면 이 마음이 조금은 나아질까. 사실 이건 애초에 말도 안 된다. 돌이켜보면 나는 SNS 뿐 아니라 늘 내 주변에서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신경 안 쓰는 듯하면서도 속으로는 엄청나게 의식하며 살아왔다.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심지어 친구들 사이에서도. 워낙 내색을 하지 않아 그들은 모르겠지만 속으로는 홀로 비교하고 또 작아지고, 다시 정신 승리하는 이 과정을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오랜 시간 동안 이렇게 스스로를 누군가와 비교하고 힘들어하고 또다시 극복하며 터득한 나만의 비교 방법이 하나 있다. 누군가와 스스로와 비교를 하게 될 때 관성처럼 '나에게는 없는 것과 그 사람에게 있는 것'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그 후에는 거꾸로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나에게는 있는 것과 그 사람에게는 없는 것'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 한 사람이라면 SNS에서 보이는 모습이 전부이기에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읽어봤다. 그들도 자라면서, 그리고 그 자리에 가기까지의 과정에서 내가 모르는 결핍과 고통이 있었다. 예를 들면, 작가 A는 어린 시절 상당히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랐고 나이가 들고나서도 가정적인 문제로 늘 힘들어했다. 현재 A의 화려한 겉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B와 C는 내가 대수롭다고 생각하지 않고 해냈던 일이나 하고 있는 일들 앞에서 쩔쩔매며 고민을 하고 있기도 했다.
나에게는 있고, 그들에게는 없던 것을 바라보는 일은 단순히 '저 사람한테는 없지만 나한테는 있네!'라는 자기 위로에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지금 그 자리에 가기까지의 긴 과정들이 더욱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이미 잘 해왔고, 잘하고 있는 일들을 내게 상기시켜주기까지 했다.
우리도 사람인지라 어느 분야에서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 내가 꿈꾸는 그 자리에 이미 가있는 사람들을 볼 때 항상 100% 좋은 마음을 가지고, 좋은 시선으로 보기란 어렵다. 때로는 동경을 하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가슴 깊은 곳에서 열등감과 함께 뜨거운 질투의 불씨가 피어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고 그들에게 없는 것'을 바라보며 내게는 또 다른 시각에서 나와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이전에는 그저 자존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객관적인 사실로 그들을 진심 없이 인정하는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객관적인 사실과 더불어 진심으로 그들을 인정하고 또 그들의 노력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늘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항상 비교의 끝은 상대에 비해 스스로 작아지는 마음이었다면
이제는 그 끝에서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그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말한다. "저도 한 때는 엄청난 어려움이 있었어요."라고. 이미 성공을 한 사람들이 더 멋져 보이는 이유는 힘든 과정을 견뎌내며 그 자리에 갔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알고 그 과정을 바라보기에 더욱 그 과정이 멋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그들의 과정은 짧다. 그들이 그 자리에 가기까지의 시간이 10년이 걸렸다고 해도 그 시간을 온전히 겪어낸 것은 오직 당사자이다. 우리는 '아.. 저 사람도 10년이나 견뎌냈구나..'라며 그 10년을 한 줄로 기억한다. 머릿속으로 10년이 얼마나 길었을지 감정 이입을 해보지만 결국 그것은 잠시 동안 제삼자가 해보는 막연한 상상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결국 깨달았다. 굳이 비교를 해야 한다면, 나에게 없고 그들에게 있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중 내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그것은 외모도, 학벌도, 인맥도 아닌 '과정'이었다.
그들이 견뎌낸 그 과정, 그게 지금 내게는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우리가 선택할 수 없던 것들과 함께 삶이 시작된다. 태어남 그 자체, 타고난 내적인 성향과 성격, 가정환경, 경제적 상황, 생김새 등.. 이 중에서 우리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후에 타고난 것들을 바탕으로 정말 원하는 자신으로 서서히 만들어가는 것, 그게 인생 아닐까. 그러니 우리는 시작도, 살아가는 모양도, 방향도, 제각기 모두 다르다. 만약 내가 가고자 하는 그 길 위에서 나보다 앞서가고 있는 누군가의 삶이 자꾸만 나의 것과 비교가 된다면, 차라리 그때는 마음껏 비교를 해보자.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것들만 바라보지 말고, 나에게만 있는 것들도 함께 바라보자.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던 것들 중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내 것들이 있다. 내 눈에는 전혀 특별해 보이지도, 소중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비교라는 것은 상대적이며, 이미 다르게 태어나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의미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에 대해 고마움을 느낄 수 있게 하기도 하고, 또 오히려 나보다 불리한 출발점임에도 불구하고 더 치열하게 살아낸 누군가의 삶을 보며 반성하고 또다시 나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그러니 오늘도 누군가에게 비교를 당했거나 스스로 비교를 해서 자신이 자꾸만 초라해져 보인다면, 나의 이 방법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그 사람에게는 있고, 나에게 없는 것부터
나에게는 있고, 그 사람에게 없는 것 까지.
그리고 그 과정과 그 시작까지.
모조리 싹 다 비교를 해보자.
분명한 건 그 끝에는 자존감이 깎긴 나의 모습보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깨달은 나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오늘도 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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