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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비아빠 Oct 11. 2024

일상으로의 복귀


 며칠 뒤, 이은미는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그림자 정부의 음모를 폭로했다. 그녀는 자신이 발견한 모든 증거와 함께, 크로노스 바이러스와 VEX-25 백신이 어떻게 인류를 통제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는지 설명했다. 화면 속에서 그녀는 침착하게 진실을 전달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진실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바이러스 예방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억압하고, 우리의 DNA를 변형시켜 통제 가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었어요."


 이 폭로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뉴스 채널은 긴급하게 방송을 중단하고 이은미의 발표를 다뤘으며, 소셜 미디어는 순식간에 그녀의 폭로로 도배되었다. 사람들은 분노와 두려움에 휩싸였고, 각국 정부는 서둘러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각국 정부의 반응은 비슷했다. 그들은 일제히 자신들은 그림자 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며, 진실을 회피하기 바빴다. 대통령과 장관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그 어떤 비밀 조직과 관계가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입니다."


 "이 폭로는 음모론에 불과합니다. 우리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주장과 관련된 자료는 허구입니다."


 강현과 그의 일행은 이은미의 폭로 이후 각국 정부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은미는 이미 그림자 정부의 실체를 밝혔지만, 각국의 부인과 은폐 시도는 그들의 계획이 얼마나 깊숙이 뿌리내렸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최민호는 각국 정부의 시스템에 몰래 침투해 그림자 정부에서 확보한 5G 해독 주파수를 심었다. 그의 손가락은 빠르게 키보드를 타고 흘러가며, 보안 시스템을 하나씩 무력화시켰다. 각국 정부가 부인하는 사이, 그는 이미 해독시스템을 설치했다.


 "해독 주파수를 송출할 준비 완료. 이제 시작할게요."


 그가 명령을 입력하자마자, 5G가 구축된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해독 주파수가 퍼져나갔다. 사람들의 몸속에 있던 나노봇들은 주파수를 감지하고 서서히 신경계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크로노스 바이러스와 VEX-25 백신으로 변형되었던 DNA는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대도시의 사람들은 서서히 그동안 자신들이 통제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몸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유의지를 되찾고 있었고, 각국 정부와 그림자 정부가 계획했던 통제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강현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제 진짜로 변화가 시작되었군요. 우리가 원했던 자유가 드디어 찾아오고 있어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유 의지를 완전히 빼앗길 뻔했다는 사실을 알까요?"


  "아마,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살아갈 겁니다. 이 일을 겪으면서 그림자 정부의 음모가 아니더라도 이미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미 ‘인류애’라는 것은 사라진 지 오래된 게 아닐까요?" 


  "인류애라는 게 원래 존재하긴 했었나요?"


 "과거 우리는 1명의 억울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100명의 희생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배웠어요. 그러기 위해 국가가 존재하고, 군이 존재한다고 믿었죠. 하지만 지금은 특정한 100명을 구하기 위해 수천 명의 억울한 희생자가 나와도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을 하고 있죠. 지금 시대엔 그것이 인류애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희생자가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 아니면 사람들은 기꺼의 희생하라 말하고 있으니까요."


 강현과 희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잃고 실의에 빠졌지만, 그 슬픔을 딛고 일어서 크나 큰 음모를 막아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듯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강현과 희중, 이은미와 전기영, 특수작전팀은 그림자 정부의 수많은 음모 중 하나를 밝혔을 뿐, 이 세상은 이미 그들의 통제하에 있다. 그림자 정부는 과거 레버를 돌려 TV 채널을 바꾸던 것에서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바꾸는 간편한 방법 하나를 잃었을 뿐 달라진 것은 없었다.  


 "희중 형님,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하죠?"


 "글쎄, 그냥 확 죽어버릴까?"


 "그럴까요?"


 "이왕 죽는 거, 그림자 놈들 몇 놈 더 잡을까?"


 "그러죠 뭐. 할 것도 없는데..."


 강현과 희중이 느끼는 인류애의 상실은 인류 자체가 이미 스스로를 지배당하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냉소였다. 그림자 정부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이미 어떤 형태로든 통제되고 있고, 무의식적으로 그 통제를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는 인식이 아닐까.


 "인류애"는 남을 돕고자 하는 이타심이 아니라,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자유를 나누는 존재로서의 인간다움을 말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런 인간다움이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는 비극적인 현실을 담고 있다. 강현과 희중은 자신들의 희생이 인류에게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 믿었지만, 결국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인간 본성과 사회의 진정한 자유, 그리고 인간이 지배받지 않고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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