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뉴스입니다. 어제 오후 6시경 전대통령의 양산 사저에서 총격이 있었습니다. 전대통령은 가슴에 총격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긴급수술을 받았습니다. 전대통령은 피를 많이 흘려 매우 위중한 상태입니다. 전대통령의 집도를 맡은 병원 관계자는 오늘밤이 고비라고 전했습니다."
전대통령이 자신의 사저에서 저격 당했다는 뉴스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전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 일대는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약 1,000여 명의 군경이 투입돼 있었다.
"찾았어?"
"흔적이 끊겼습니다"
"무슨 소리야! 1,000명이 투입됐는데 쥐새끼 한놈을 못 찾아? 어? 그게 말이 돼?"
"분명 흔적을 제대로 좇고 있었는데, 귀신같이 사라졌습니다."
"어서 찾아! 오늘까지 못 찾으면 우리 경호대는 끝이야!"
"네! 알겠습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를 받는다. 전대통령은 퇴임 전 시행령을 개정해 경호원 투입 인원을 두 배 넘게 증원했다.
전대통령은 경호인력과 방호인력 65명의 상시 경호를 받고 있었지만, 불시에 저격을 당했다. 대한민국은 총기소지 자체가 불법이기에 상대적으로 총격에 대한 대응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강현은 그 허점을 노렸다.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인물부터 처단해야 한다는 것이 강현의 의견이었다. 강현은 희중으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고, 결국 단독으로 그 일을 해낸 것이다.
"단 한 발이야. 한 발에 끝내고 미련 없이 벗어나야 해. 그래야 살아"
"한발... 만약 한 발에 끝내지 못하면요?"
"그래도 즉시 현장을 벗어나야 해, 약속하지 않으면 훈련은 없어!"
희중은 단호했다. 지난 1년여 현역 특임대 훈련을 방불할 정도로 혹독하게 몰아쳤다.
강현은 평소 운동신경이 매우 뛰어나, 만능 스포츠맨으로 불리며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그중 서바이벌 게임에 푹 빠져 있었던 강현은 희중의 혹독한 훈련을 꽤나 잘 버텼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한방에 끝낼게요!"
희중은 강현에게 많은 기술을 가르쳤다. 그중에서도 생존훈련 만큼은 실전을 염두에 두고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살아남아야 다음도 있는 법이야. 우리에겐 분명한 목표가 있다는 점 반드시 기억해!"
"네!"
"우리 슬비는~아빠 강아지~"
"자장자장 우리 슬비~잘도 잔다 우리 슬비~앞집 개야 짖지 마라~옆집 개도 짖지 마라~우리 슬비 잠잔단다~"
슬비는 항상 아빠에게 자장가를 불러 달랬고, 강현의 옆에 누워 등을 긁어 달라고 했다. 강현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슬비의 손바닥 만한 등을 긁어주며 자장가를 불러 줬다.
슬비는 잠에 들었다가도 눈을 떠, 아빠가 옆에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눈을 감곤 했다. 강현에겐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슬비였다.
"아빠~노올자~"
슬비와 강현은 친구처럼 항상 붙어 다녔다. 강현은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슬비에게 가르쳤고, 슬비는 마른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하나하나 배워갔다. 그런 슬비가 갑자기 쓰러졌다.
"!!!"
강현이 눈을 부릅뜨며 고통스러워 했다.
"크윽"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난 강현이 몸을 조금 움직이자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강현은 이틀 동안 전투식량을 챙겨 먹으며 체력을 회복했다. 이틀 지났지만, 강현은 여전히 극심한 피로감에 몸서리쳤다.
"전투식량도 이제 하루 정도 버틸 수 있고, 출혈이 멈춘 상처는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시 벌어질 거야"
강현은 비좁은 참호에서 이틀을 버텼다. 피를 많이 흘린 상태로 이틀이나 숨어다녔기에 체력회복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강현은 참호속에서 하루를 더 버티기로 결심하고,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탈출할 준비를 마쳤다.
"새벽 3시...경계가 가장 허술할 시각이야. 지금 나가야해"
강현은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조심스럽게 참호를 벗어났다. 다행히도 참호 주변에 눈에 띄는 경계는 없었다.
문 전대통령이 피격당한 지 3일이 지났고, 경호처와 군경은 사저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은 전 대통령이 자신의 사저에서 저격을 당한 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 만큼 총기 소지가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다. 또한 치안이 잘 갖추어진 나라였기에 범인이 현장 주변 참호에 숨어 있으리라 생각하기 힘든 점이 강현을 도왔다.
강현은 통도사가 있는 영축산 깊은 곳으로 향했다. 참호에 준비해 둔 생존 용품들로 3일 밤낮을 버티며 울산으로 빠져나가 희중에게 연락했다.
"형님, 접니다."
"이봐 강현! 괜찮은 거야? 거길 혼자 가면 어쩌잔 거야! 약속 잊었어?"
"그놈만은 반드시 제 손으로 해치우고 싶었어요"
"지금 어디야? 움직일 수는 있는 거야?"
"지금은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곧 찾아갈게요"
강현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목격자는 없어. 그놈들은 내가 범인이라는 것을 몰라... 상처부터 회복해야 해"
강현은 희중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단 한 발만 쏘고 현장을 벗어 났고 멀리서 난사된 탄환에 옆구리를 맞은 것 이었기에, 노출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한동안 죽은 듯 숨어 지낼 필요가 있었다.
강현이 울산으로 향한 것은 오래전 친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로 강현의 초등학교 단짝이었다. 10년 만에 만나도 어제 헤어진 듯 가깝고, 비밀을 털어놓아도 목숨 걸고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 였다.
'끼익'
새벽 1시가 다가오는 시각. 강현은 친구의 동물병원 화장실 창문을 넘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화장실 쪽 창에는 방범장치가 없었고, 강현은 그곳에 숨어들 수 있었다.
온몸에서 피냄새를 풍기는 불청객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듯, 개들은 짖어댔지만 강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의 진료실 문을 열었다.
"아직은 안심할 수 없어... 지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형식이 밖에...."
그때.
"누구냐!"
"!!!"
강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 이 시간에 동물병원 진료실에 누가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형식은 골프채를 손에 쥔 채 강현을 향해 달려들 기세였다.
"형식아! 나 강현이야!"
"이 도둑놈이!!"
"나야 강현! 강현이라고!"
"엉? 강현? 네가 왜 여기에!"
형식은 새벽에 화장실 창문을 넘어 찾아온 불청객이 자신의 절친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지만, 강현의 몰골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너 다쳤어?"
"다 설명해 줄 테니, 우선 치료부터...."
강현은 지칠 대로 지친 몸 이었고, 너무나 긴장된 순간에 급박한 움직임으로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고, 절친 형식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리며 정신을 잃었다.
"강현! 엇 피가.... 이놈이 도대체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형식은 강현을 질질 끌고가 수술대에 눕혔다. 그러곤 아주 능숙한 손놀림으로 강현의 상처를 소독하고 봉합했다.
다음날...
"강현! 너 뭐야. 설마!! 양산? 에이...아니지?"
"맞아"
"뭐? 이런 미친놈이!"
"진정해..."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강현은 형식에게 그 동안 겪었던 일, 스스로도 믿기 힘든 일들에 대해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