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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비아빠 Oct 11. 2024

하나의 가설


 강현과 희중이 위기 끝에 안전가옥으로 돌아왔다. 강현과 희중이 겪은 상황을 설명하자 그들의 눈엔 걱정이 가득했다.


 "우린 정말 큰 위험에 처해있다는 게 실감이 나는군요."


 "원장님, 너무 걱정 마세요. 저와 저희 팀이 최대한 안전하게 지켜드리겠습니다. 우리도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순 없어요. 이제 우리도 반격을 해야 합니다."


 희중과 이은미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강현이 물었다.


 "어차피 이대로 있다간 당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이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결정적인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한참 동안 말이 없던 전기영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내 그는 오랫동안 고민한 듯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가 반격하려면,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 체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하나의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그 속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희중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가설이죠?"


 전기영은 깊은숨을 들이쉬고, 신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우리는 그림자 정부가 크로노스 바이러스와 VEX-25 백신을 통해 인류의 DNA를 변형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도 이 바이러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겁니다.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퍼지고 있어요. 그들이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도, 감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강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전기영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겁니까?"


 전기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바로 해독제입니다. 그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면, 그들만의 해독제가 분명히 존재할 겁니다.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그들은 비밀 해독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우리가 그 해독제를 찾아낼 수 있다면, 강현 씨 말대로 이 상황을 반전시킬 결정적인 무기가 될 겁니다."


 희중과 이은미, 강현은 전기영의 말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해독제라는 가능성은 그들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했다. 그것이 존재한다면, 그림자 정부의 치명적인 계획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해독제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겠군요."


 희중이 말했다.


 전기영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해독제는 그림자 정부의 핵심 시설에 있을 겁니다. 그들이 절대적으로 믿는 비밀이 그곳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그곳에 접근하려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은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우린 이미 너무 많이 왔습니다. 그 해독제를 찾는 데 모든 걸 걸어야 합니다."


 그 순간 희중은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최민호. 그는 이 싸움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이 싸움엔 최민호가 꼭 필요해. 우리가 그 핵심 시설에 접근하려면, 그의 해킹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해. 그가 그림자 정부의 방어 시스템을 뚫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강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와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게 문제군요."


 희중은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그를 찾아야 해. 이 싸움에서 우리가 승리할 유일한 길은 그의 도움이 필요해."


 그들의 싸움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해독제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면 그 해독제는 그림자 정부의 계획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열쇠였고 그것을 탈취하려면 최민호가 꼭 필요했다.


 희중은 천천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서려 있었지만, 동시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한 막막함이 보였다. 최민호가 없이는 그림자 정부의 방어 시스템을 뚫을 수 없었다. 그를 찾아내는 것이 이제 그들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희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단을 내린 듯 말했다.


 "우리가 최민호를 단순히 찾아서는 안 돼. 이병철의 말대로 그는 지금 자신을 숨기고 있을 거야. 그가 누군가를 쫒고 있고 그들의 견제를 피하려 은신했다는 걸 생각하면, 그냥 찾아가는 건 불가능해."


 강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그를 찾을 수 있죠? 그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인데."


 희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 그를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아. 그가 누군가를 쫒고 있다면 그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을 거야. 그래서 미끼를 던져야 해, 가장 흥미를 느낄 만한 걸로 말이야."


 그 말을 듣자 이은미는 그가 말하려는 의도를 깨달았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해킹이군요. 우리가 일부러 공격을 감행해서 그의 주의를 끌자는 거죠?"


 희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바로 그겁니다. 최민호라면 아마 거대한 무언가를 쫒고 있을 겁니다. 저는 그게 왠지 그림자 정부일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최민호가요?"


 "최민호가 아무도 찾지 못할 만큼 깊고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었다면, 그건 아주 대단한 상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과거 우리 팀이 몰살당할 뻔했던 작전에서 최민호는 분명 무언가를 알아냈을 겁니다."


 희중의 확신에 강현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그에게 미끼를 던진다는 겁니까?"


 "그림자 정부의 방어 시스템에 일부러 미약한 신호를 보내는 거야. 그 신호가 최민호에게 포착되면, 그는 분명히 흥미를 느낄 거야. 그 신호를 분석하고 우리가 숨겨둔 함정을 따라오게 만들 수 있어."


 강현은 다소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우리가 던진 게 미끼라는 걸 알아차린다면 어떻게 하죠? 그럼 아예 나타나지 않을 텐데요."


 희중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단호하게 답했다.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해요. 하지만 내가 아는 최민호는 분명 그림자 정부를 주시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최민호는 오랫동안 누구도 믿지 않고 살아왔을 겁니다. 그가 한 번이라도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그는 상대가 누구 건간에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 할 겁니다."


 희중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작전의 핵심은 우리가 그와 한편이라는 걸 깨닫게 만드는 겁니다. 우리가 그가 아니라 그림자 정부와 싸우고 있다는 걸 알면, 그는 분명 우리 앞에 나타날 겁니다. 그것이 우리 특수작전팀의 사명이니까..."


 이은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던진 미끼가 그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잖아요. 정말로 그가 반응할까요?"


 희중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해커로서 도전에 끌리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보낸 신호를 보면, 그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퍼즐처럼 느낄 겁니다. 그는 자신이 그걸 풀 수 있다는 자신감에 빠질 거고, 그게 그를 끌어내는 방법이죠."


 강현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하지만 만약 그가 위험을 느끼면 다시 숨지 않을까요?"


 희중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위험을 느끼더라도, 그 안에 기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그가 나서지 않으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알 테니까요."


 이은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리가 미끼를 던져야겠군요. 우리가 던진 신호가 그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희중은 마지막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그를 끌어내기 위해선 정교한 함정이 필요해요. 그가 방어벽을 뚫을 수 있도록 길을 터주되, 그 뒤에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해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최민호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희중은 조용히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최민호를 끌어내기 위한 신호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에 작은 반응이 포착되었다. 희중은 이를 놓치지 않고 팀원들을 불렀다.


 "뭔가 잡혔어. 기다리던 신호가 맞아."


 강현은 긴장된 표정으로 희중 옆으로 다가섰다.


 "정말 그가 움직인 건가요?"


 희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건 최민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수준의 신호예요. 그가 나타났어요."


 화면에는 복잡한 암호와 해킹 신호가 빠르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 신호는 그가 그림자 정부의 방어 시스템을 뚫으려 시도하는 흔적이었다. 최민호는 분명 그들에게 던져진 미끼를 보고 그 함정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은미가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그를 접촉할 방법을 찾아야겠군요. 그가 여기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리지 않고도 협력할 수 있을까요?"


 희중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가 우리 신호를 추적해 올 가능성이 있어요. 우리가 먼저 그에게 다가갈 필요는 없어요. 그는 이미 우리의 존재를 알게 됐을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의 컴퓨터 모니터에 메시지가 떴다. 최민호가 남긴 흔적이었다.


 최민호(메시지) : "너희들, 누구냐?"


 강현은 놀란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정말, 그가 반응했어요."


 희중은 미소를 지으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희중(메시지) : "우린 너의 적이 아니야. 그림자 정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어. 우리가 널 찾은 이유는 너만이 이 방어 시스템을 뚫을 수 있기 때문이야."


 잠시 후, 화면에 짧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최민호(메시지) : "너희들이 진짜라면, 증명해 봐."


 희중은 키보드 위에서 손을 떼고, 잠시 모니터를 응시했다. 이 순간이 그들의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최민호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가 과연 협력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사라질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과거의 기억을 더듬었다.


 희중은 결심한 듯 깊은숨을 들이쉬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희중(메시지) : "모스크바, 붉은 광장. 그 눈 덮인 밤을 기억하나?"


 몇 초 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강현과 이은미는 숨을 죽이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순간이 그들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었다.


 강현이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가 반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희중은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반응할 거야. 이건 그와 나만 아는 이야기니까."


 긴 침묵이 흐르는 동안, 희중의 손은 약간 떨렸다. 몇 분이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모니터에 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최민호(메시지) : "캡틴? 그럴 리가 없어... 당신은 죽었어."


 희중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뛰었다. 그는 속으로 미소 지었지만, 외부로는 그 긴장감을 유지했다. 그는 곧바로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희중(메시지) : "죽을 뻔했지. 하지만 우린 그때도 포기하지 않았어. 그 USB 드라이브를 잃었을 때,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나?"


 다시 한번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침묵 속에 최민호가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희중이 진짜라는 확신을 갖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당시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았고, 그들은 서로의 말을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화면에 답장이 떴다.


 최민호(메시지) : "그때 당신이 말했지... ‘이건 끝이 아니야. 우리가 살아있는 한 다시 싸울 기회는 온다.’... 정말 캡틴이군요!"


 희중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키보드를 눌렀다.


 희중(메시지) : "맞다, 캡틴이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엔, 그때와 달라. 적은 더 강해지고, 더 은밀해졌어."


 최민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화면의 커서만 깜빡이며 방 안의 긴장감을 더했다. 그는 분명히 고민하고 있었다. 그림자 정부의 위험을 알고 있는 그가, 이 싸움에 다시 몸을 던질 것인지.


 그리고 마침내, 다시 메시지가 떴다.


 최민호(메시지) : "알겠어요. 이번엔 끝을 보죠.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죠?"


 강현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해냈군요..."


 희중은 그제야 긴장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민호가 합류하면 이제 그들과 제대로 싸울 준비가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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