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과 29금 로맨스 사이에서
추리소설을 정말 좋아한다.
아가사 크리스티, 아서 코난 도일, 히가시노 게이고, 요코미조 세이시,
넬레 노이하우스, 쯔진천...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작가들이 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내 꿈은 변하지 않았다.
강가에 있는 2층 주택에서, 사랑스럽고 날카롭고 여유로운 카리스마를 가진
할머니가 되어 책을 쓰는 것.
남들이 비웃을까 봐 가까운 몇몇 지인들만 아는 비밀이었다.
물론 , 29금 웹소설도 써보고 싶다.
현실적인 계산을 해보니, 쌍둥이가 스무 살이 되면 내가 딱 예순.
발리 해변가 실버타운은 좀 거창하고, 대신 방이 넉넉한 집에서
한국에서 온 친구들과 살며 책을 쓰고 싶다는 꿈으로 살짝 변했다.
그런 내가 왜 에세이를 먼저 쓰기 시작했냐고?
어디선가 읽었다.
"모든 책은 결국 작가이야기다."
그게 상상이든, 경험이든 말이다.
그래서였다.
내가 나를 알고 싶어서.
성인이 되고부터 줄곧 궁금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왜 이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왜 이런 선택을 해왔는지.
그래서 펜을 들었다.
(아니,, 노트북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르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탐구하는 글.
셀프 심리분석 프로젝트 같은, 좀 엉뚱한 실험 같은 글.
결국 에세이는 그런 거 같다.
추리소설처럼 범인을 밝히는 것도 아니고, 29금 로맨스처럼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도 아니고,
대신 '나'라는 캐릭터를 하나씩 들춰보는 과정인 것이다.
아마도 내 인생은 장르를 섞은 소설에 더 가깝지 않을까?
눈물 나는 장면도 있고, 코미디 같은 해프닝도 있고, 진지한 대사도 가끔 등장하는,
그 모든 걸 합치면 결국 나만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거니까...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이건 무슨 장르지?' 하고 갸웃하다가,
마지막엔 '그래도 재밌네' 하고 덮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물론 아주 잘 된다면 욕심이 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나중 얘기다.)
이제부터는, 그 장르 불명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놓을 차례이다.
부디 기대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