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만난 냉 두부 요리 '히야얏코'

최고의 조미료는 상상(想像)

by 수진

히야얏코(일본어: 冷奴, 냉 두부):두부 위에 고명과 양념을 얹어 차게 먹는 일본 음식. 직역하면 '차가운'이라는 뜻의 '히야'(ひや, 冷) '노예'라는 뜻의 '얏코'( やっこ, 奴)로 정확하게는 '얏코'는 일본 에도 시대 말기에 사무라이의 하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네모나게 썰어 담은 두부의 모양에 그들의 의복 어깨에 붙은 정 사각형의 문양을 빗대어 히야앗코라 칭하게 된다.-출처:나무위키


그런 요리가 있다. 전혀 비싸지도 구하기 어렵지도 않은데 의외로 먹을 기회가 없는 요리가. 내게 '히야얏코(ひややっこ, 冷奴)'는 그런 요리였다. 오래전 도쿄 신주쿠의 한 이자카야에서 서빙 알바를 하던 시절 나는 그곳에서 파는 생소한 이국의 요리들이 궁금했다. 낯선 이름의 요리를 손님들에게 주문받아 사장님께 전달하며 만들어지는 과정을 어깨너머로 구경하다가 손님들에게 내주며, 어떤 요리인지 추측했는데 그중 하나가 '히야얏코(ひややっこ, 冷奴)'였다. 히야얏코를 주문하던 사람은 기억에 대부분 중년 이상의 남자들이었다. 맥주나 일본술에 곁들이는 담백하고 깔끔해 보이는 그 요리에 호기심이 일었지만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도 정확한 발음도 몰랐고 어딜 가야 먹을 수 있는지도 몰랐다. 알바하던 가게에서는 식사(생선구이+미소시루+밥)나 가끔씩 사장님이 내주시는 닭튀김이나 떡 구이등의 간식을 먹을 뿐이었다. 지금은 "이거 무슨 요리예요? 무슨 맛이에요? 궁금하네요"라고 묻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음을 알지만 당시는 그런 질문조차 어려워하는 성격이었고, 그런 질문을 할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한국에 돌아갈 때가 되었고, 알바를 그만두며 '히야얏코'도 잊었다.

결혼 후 종종 일본에 갈 일이 있었지만, 대부분 손이 큰 일행분과 함께였고 그분이 모두를 위해 주문해 주시는 요리는 항상 남을 정도로 풍성해 '히야얏코'까지 주문해 먹을 여력이 없었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유학생에서 벗어난 나는 '히야얏코'에 관한 호기심도 어느덧 희미해져 있었다.

이상하게 인연이 닿지 않던 '히야얏코'를 오랜 시간이 지나 마침내 만난 것은 한 프랜차이즈 덮밥 집이었다. 마땅히 먹고 싶은 덮밥이 없어 밥과 미소시루와 반찬들을 따로 주문하려고 메뉴판을 뒤적이다 '히야얏코'를 발견했고 망설임 없이 드디어 '히야얏코'를 주문했다. 나의 주문 메뉴를 스캔하던 남편은 혹했는지 슬그머니 사이드 메뉴로 본인몫의 '히야얏코'를 함께 주문했다. 개당 130엔(한화 약 1,200원)으로 가격도 착했다.

KakaoTalk_Photo_2023-07-20-22-39-53.jpeg 냉 두부 요리 히야얏코(ひややっこ, 冷奴)

잠시 후 지극히 평범한 비주얼의 두부가 두 덩이 나왔다. 다진 생강과 쪽파가 올려진 주먹만 한 차가운 연두부가. 비치된 간장을 살짝 뿌려 마침내 먹어본 '히야얏코'는 내가 이미 아는 맛이었다. 담백한 생두부에 간장만 올린 겸손하고 솔직한 건강의 맛. 곁들인 생강과 쪽파가 최소한의 존재감만 드러내 지나친 단순함에 물려버릴 것을 막아주는 맛. 슬쩍 남편을 보니 무념무상으로 먹고 있는 모습이 맛에 관해 느낀 점이 나와 별다르지 않으리라 짐작해 본다. 어쩌면 먹어보지 못한 음식은 상상 속에서 가장 맛있을지 모른다.

남편은 다이어트를 생각하며, 나는 추억을 생각하며 각자의 이유로 우리는 히야얏코를 먹고, 그만큼의 건강함을 얹어 각자의 방식으로 운동을 하러 갔다. 평온하고 건강한 여름 저녁이었다.

KakaoTalk_Photo_2023-07-21-10-02-07.jpeg 놀랄 만큼 상쾌했던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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