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진 Sep 23. 2024

연재를 시작하던 마음에 관하여

그것은 마음의 소리

 군생활은 나의 아주 오랜 화두였다.

 군에서 보낸 5년이라는 시간이 지금 나의 고유함을 이루는 한 부분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오랫동안 그 시간을 나와 억지로 분리했다. 어두운 기억이 많아서 벗어나고 싶었다. 특별히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나 시간의 힘으로 어느 순간 나는 그 시절의 내가 아닌 원래의 나로 돌아왔고, 마음이 가는 대로 군생활에 관한 글을 종종 쓰게 되었다.

 어느 날 군 생활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문득 나를 가로막는 부분을 하나 발견했다. '반감'.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해서 가지 않는 군대이기에 그곳에 반감을 갖고 있으리라는 생각 혹은 개인적 편견이 나를 가로막았다. 어쩌면 나는 지속적으로 그 반감에 기대 지나친 자기 검열을 하며 글을 써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굳이 군 생활의 이야기를 쓸 필요는 없었다. 나는 군대 이야기 아니어도 삶의 이야기들이 많았으므로 다른 이야기들에 손과 마음을 내주었고 때로는 뺏겼다.

그런 복잡 미묘한 군 생활에 관한 연재를 시작한 첫 계기는 배대웅 작가님의 부채질이 컸다.(감사합니다!) 그분이 '여자 군인 생활'에 호기심이 있으신가 보다 했지만, 그분은 단순 호기심 이상의 시각을 가지고 계셨다. 작가님은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거의 그대로 담긴 나의 군생활에 관한 예전 글을 보시고 나의 군 생활이 '군대'에 관한 보편적인 시각으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보편성 속에서 나 '개인'의 이야기로 읽히고 그 가운데 '공감과 위로'를 전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는 의견을 주셨다. 미숙한 옛날 글들이 읽히는 화끈 거림은 있었지만 나는 그 의견에 사로잡혔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 그 이야기에 불을 질러주길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확신은 없었다. 그럼에도 시작했다. 마음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글을 쓸까 하는 생각을 하자 몸은 상의도 없이 본능적으로 계속 그쪽으로 가버렸다. 어쩌면 몸이 먼저 움직였는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도저히 부인할 수 없도록 매일 새벽같이 눈이 떠지고(흥분 상태로 잠을 못 잤다는 표현이 옳다.), 군대에서의 기억들이 줄줄이 줄줄이 딸려 나와 달리다가 메모하고 달리다가 메모하고를 반복하고 일상생활에도 틈틈이 메모하고,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옮기는 시간이 일주일째 계속되며 어찌 됐던 연재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안 그러면 생각의 불길을 도저히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끝을 모르지만, 엄청나게 떨렸지만 연재를 시작해 버렸다.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이겼다. 그 간절함이 나를 뚫고 나온 걸까.

 https://brunch.co.kr/brunchbook/wkrdmsdnlfh

 무엇보다 군생활의 어떤 기억들은 분명 나만 가지고 있을 것 같았고, 그 상황을 나의 독특함만이 그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재의 끝을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연재를 시작했다. 연재를 시작하는 마음은 복잡했다. 일기장이 아닌 이상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쓰는 글이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도 안 읽었으면 싶은 마음도 들었고, 쓰다가 적당히 빠져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군생활의 이야기들을 복기하며 내가 다시 그때의 힘든 시간으로 돌아가 슬퍼질까 봐 그것도 걱정되었다. 마지막으로는 만약 이 글이 작가로서의 나의 공식적인 첫 커리어가 된다면 너무 이쪽으로 이미지가 굳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앞선 생각까지 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걸 초월해 일단은 쓰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강했기 때문에 연재를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한번 발행되어 내 손을 떠난 글은 이제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다. 글이 나아갈 길은 나도 모르지만 지금은 부디 이 불이 꺼지지 않도록 간직하며 성실하게 나의 최선으로 연재를 이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결론을 말씀드리자면(급 존댓말)

많은 사랑 바랍니다. 글 관련 의견도 환영합니다.  

 또한, 연재 시작 얼마 뒤 발견하고 엄청나게 놀랐던 글도 함께 첨부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woongscool/206

 안녕하세요. 수진 작가입니다. 저의 브런치북 '여자 군인의 가벼운 고백'을 다시 한번 소개드립니다. 최초 연재일은 수, 금이었으나 미리 써둔 글들이 있어 한시적으로 발행일을 월, 수, 금으로 조율합니다. 최대한 규칙적으로 발행하려고 노력하겠으나 추후의 일정도 한시적으로 변동될 수 있음을 미리 양해 구합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이곳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어느덧 정말 가을이 왔어요. 한 주간도 많이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달리기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