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시나요?"
오랜 인연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반가움과 추억이 오가던 시간들. 잠깐의 대화였지만 얼마간 그 여운에 머물렀다. 어느 시절의 나의 기억을 품은 반가운 이의 등장은 지난 시간이 주는 뜻밖의 선물이리라.
누군가와 우정을 나누게 되는 경로는 무엇일까. 성격, 성향, 취미, 나이, 공통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어떠한 것도 아닌 경우 이유는 단순할 것이다. 끌림과 호감. 때로는 그렇게 마음에 이끌려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그 우정은 설명이나 납득이 필요 없이 그것이 단지 전부가 된다. 어쩌면 그래서 끊어지지 않는지 모른다.
누구나 머물던 곳에는 흔적이 남는다. 그리고 그 흔적의 많은 부분은 연(緣)에 새겨진다. 그래서 지난날들은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워지는 것 아닐까? '연'의 소중함으로.
덕분에 옛 인연과의 연락을 계기로 나는 군인 시절의 나에게 퍽 애정이 있음을 알았다. 어쩌면 지난 시절의 내 모습 중 그 시절의 나를 가장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돌아갈 필요는 없지만 그 시간 속의 나, 그리고 함께하던 이들로 인해 놓고 싶지 않은 기억들. 이제 살아온 날이 제법 많아진 나에게 군인의 시간 5년은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 시절의 나는 기억 속에서 너무도 강렬하고 독특해서. 어느덧 나는 그 시간까지 품게 되었다.
"후쿠오카에 오면 연락 주렴." 기약 없는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할 수 있는 기약은 그뿐이었다. 그리고 언젠간 시작한 일의 흔적을 보내며 자신의 반가운 근황을 알린 그에게 나 또한 글로 남겨진 삶의 흔적을 보냈다.
머물던 곳에 흔적은 남는다. 그리고 그 흔적은 연에 각인된다.
살아가는 날이 길어진다는 것은 어쩌면 그 흔적이 넓고 짙어지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