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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술이세무사 Sep 25. 2023

국선변호사보다 국선세무사? 1 (국선대리인)

술술이세무사

국선대리인

청구세액 5천만 원 이하의 과세전적부심사·이의신청·심사청구를 제기하는 영세납세자에게 세무대리인을 무료로 지원하는 제도로 국선대리인으로 위촉 시 2년의 임기를 갖는다. (국세기본법 제59조의2)




국세청에는 ‘국선변호사’와 같은 ‘국선대리인’이라는 제도가 있다.

일반 납세자의 경우 부당한 세금부과와 관련해 조세불복 등의 절차로 과세당국에 대응하기는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

이들에게 국가가 정하는 전문가, 즉 국선대리인을 통해 불복대리 서비스를 받게 해주는 제도로 전문가 입장에서는 재능봉사를, 납세자 입장에서는 무료 세무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아무나 국선대리인을 선임할 수는 없고 법에서 정하는 영세납세자만 가능하다.     




법에서 정하는 영세 납세자는 아래의 요건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

①불복대상세액 5천만 원 이하(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제외)

②종합소득금액 5천만 원 이하

③보유재산 5억 원 이하 개인사업자(법인사업자 제외)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48조의2)




국선대리인에게 오게 되는 불복건은 세무공무원의 필터링이 끝난 후 도무지 방법이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납세자의 신고 실수'로 부과된 가산세를 면제해달라거나

'업무무관 카드사용내역(골프비용, 백화점 결제 등)'을 사업용 비용으로 인정해 달라는 등


세법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 태반이다. 

변변찮은 선수를 데리고 경기에 임하는 전패 감독의 마음이랄까?

 나 역시 국선대리인으로서 여러 번 불복을 대리하였으나  0%에 가까운 승률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21년 연말

국선대리인 신청 결과 통지 안내문과 과세전적부심사청구서와 심리자료가 메일로 도착했다.




과세전적부심사청구

세무조사결과 등에 따른 고지처분을 하기 전에 과세할 내용을 미리 납세자에게 통지(과세예고통지)한 후 이의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하는 제도이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벌써 6년가량 국선대리인으로 활동해 왔기에 내년부터는 그만두려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이 또한 운명일까?


‘아마도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국선대리인 지정이었다.



이번 불복은 명의대여 사건으로

     

청구주장

청구인 명의의 사업과 관련해 발생한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는 청구인의 명의대여로 인해 발생한 것이니 이에 대한 부과를 취소해야 한다.


사실관계

고령의 청구인은 월 3만 원을 수령하는 대가로 개인정보 및 통장 등을 실사업자에게 대여하였고, 실사업자는 이를 통해 온라인쇼핑몰을 개설한 뒤 6개월 동안 급격히 매출을 발생시키고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무신고 후 사업을 정리하였다.


부과된 세금

부가가치세는 3,XXX만 원

종합소득세는 1,XXX만 원

총 합계 4, XXX만 원 

  

사업자등록증 상 명의자와 실제 사업자가 다른 상황에서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소득의 귀속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그 실질을 파악해 내야 하는 사건이다.  




실질과세원칙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名義) 일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여기서 실질은 ‘그냥 대충 저 사람이 실사업자 같네’ 정도가 아니라 명의자가 실사업자가 아니라는 구체적이고 명백한 사실이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

설령 발생한 소득이 명의자에 귀속되지 않고 실사업자에게 귀속될지라도 명의자와 실사업자 사이에서 오고 간 금전거래내역, 협업정도, 연락 내용 등 다양한 사실관계를 판단해서 이를 입증해야 한다.

(서울행정법원2016구합50167, 2016.11.10., 국승)


국세청 입장에서는 명의대여자에게 부과된 세금을 취소하였다가 실사업자가 도주하거나 재산을 은닉해 버리면 세원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웬만하면 명의자를 실사업자와 동일하게 보기 마련이다.

따라서 명의대여 사건을 이기기 위해선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통해 이를 입증해야 하는바

조금의 흠이라도 있다면 이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4,XXX만 원.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달려있을 수 있는 그런 금액.

이전까지 선임된 사건과 비교할 수 없는 중량감이 어깨를 발끝까지 끌어내린다.






이틀에 걸쳐 내용검토가 끝났다.     

청구인은 나이가 일흔이 넘은 고령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고, 실사업자라고 보이는 사람의 경우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한 전과가 몇 차례 있는 것 등으로 보아 청구인이 실사업자는 아닌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제 정리한 궁금증을 청구인에게 물어보고 필요한 증거를 모아야 할 시간이다.


연세가 있으시지만 대화가 잘되길 바라며

청구인께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조세불복 관련해 국선대리인으로 선임된 술술이 세무사입니다.”     


그래요? 세무서에서 소개시켜 준 거 맞죠?”     


“네 몇가지 궁금증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아니, 세무사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내가 나이가 칠십이 넘었어요, 근데 그때 무슨 3만 원 준다고 이야기를 들었다가 지금 우리 집이 완전 풍비박산이 났어요. ~~이러쿵 저러쿵~~ 이하 생략”     



주변에 보이는 조금 억척스러운 할머니의 모습이랄까?

억울한 사정을 모조리 쏟아주신 덕에 15분이 훌쩍 넘어간다.



어르신 이야기는 잘 들었구요. 제가 궁금한 은”     


“제 이야기 아직 안 끝났어요. 좀 더 해야 돼요.”      



고해성사하듯 시작된 할머니의 이야기는 도무지 끝  나지 않았다.



“네네 더 안 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세무서랑 똑같이 말씀을 하시네! 이야기를 다 듣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이제는 화까지 내며 소리를 치시는 할머니



“어르신 제가 지금 도와드리려고 전화를 했구요, 저도 내용 파악은 마무리했습니다. 궁금한 부분을 좀 확인하고 싶은데 제 이야기는 안 들어주시고 자꾸 어르신 말씀만 하시니 많이 답답하네요. 일단 전화는 이것으로 끝내고 궁금증은 문자로 남겨놓겠습니다.”    

 

“답답하다뇨?! 내가 더 답답해요! 지금 세금이 4천만 원이 더 나왔다니까요, 그 3만 원 더 받으려다가!”


충분히 그 마음 이해를 하구요, 제가 최선을 겠습니다. 전화끊고 문자 보내겠습니다.”     


"됐어요!"

    


뚜뚜뚜          



끊어진 전화기를 들고 생각에 잠긴다.


할머니 제가 명의대여한 거 아니잖아요..  (´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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