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의 하루
극기훈련 같던 5일간의 전단지 돌리기가 끝이 나고, 이제는 전단지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며칠은 콧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밥을 먹을 때도 씻을 때도 쌓여있는 750장의 전단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턱 턱 막혀왔다.
수북한 전단지와 사무실을 셰어 할 순 없는 노릇.
심신 미약으로 인해 더 이상의 돌방영업은 어려우니
여러 방법 중 에서 그나마 현실성 있는 우편발송을 선택했다.
진행순서
1. 업체검색
업종과 지역을 특정한 후 인터넷 지도로 검색, 명단을 엑셀로 정리
2. 라벨지 출력
정리한 업체주소를 라벨지 양식에 작성 및 출력
3. 포장
봉투 안에 전단지를 넣고 테이프로 밀봉 후 주소 라벨지 접착
장인의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정성껏 포장을 마쳤다.
'필승'의 마음으로 중무장된 전단지 220장은 출동 명령이 내려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전단지가 어두컴컴한 봉투 속에 갇힌 채 빛을 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직행하는 것이었다.
몇 주간의 시간과 거금을 들여 제작한, 자식 같은 녀석들인데..
등기우편이라면?!
받는 사람에게 반드시 전달되는 등기우편이라면 절대 그냥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우체국 등기양식에 맞게 정리한 엑셀파일을 USB에 넣고 백팩과 두 개의 쇼핑백에 금이야 옥이야 조심스레 담은 전단지를 들고 우체국으로 출발했다.
"220건 맞으시죠? 550,000원입니다."
"건 당 1,800원 아니었나요?"
"그건 몇 년 전이에요."
40만 원으로 될 줄 알았는데..
"할부되죠?"
건당 2,500원, 총 55만 원을 우편비용으로 지출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첫 이력서를 제출했을 때와 같은 설렘 그리고 불안함이 느껴진다.
'전화가 너무 많이 오면 어떡하지?'
'돈 아깝다. 그냥 일반 우편으로 보내걸..'
만감이 교차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단 하나의 생각만 남았다.
'연락은 안 주셔도 좋습니다, 제발 한 번만 읽어주세요.'
후기
'폭망'
결과적으로 220 곳 중 단 한 곳에서 전화가 왔고 전화내용도 세무대리 관련 이야기는 아니고 개인적인 궁금증에 대한 문의였습니다.
전단지를 돌릴 때는 마음도 다잡고, 앞으로의 방향도 고민해 보는 등 여러 면에서 배움이 있었으나
'우편발송'을 하고 배운 것은 딱 하나 "절대 '등기우편'은 안된다."였습니다.
당시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어려운 상황에서
55만 원이라는 돈은 7,000원짜리 점심백반을 근 4개월간 먹을 수 있는 상당한 거금이었죠.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카이사르의 말처럼 '이왕 하는 거 돈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한번 해 보자.'며 승부수로 선택한 등기우편이었는데..
몇 주 동안 모르는 번호로 전화만 오면 '혹시'하며 기대했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