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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술이세무사 Oct 30. 2023

세무사 상담 (전화, 방문)

세무사의 하루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상쾌한 공기와 함께 출근하는 아침

혼자 일해 눈치 보일 사람은 없지만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출근시간은 꼭 지키고 있다.


15분 정도 걸려 도착한 2층 원룸사무실

컴퓨터 책상 1개, 상담 테이블 1개, 책장 1개 그리고 옷걸이

조촐하지만 아늑한 나만의 사무실이다.


구조문제인지 공간이 좁아서인지 하루지나 문을 열면 꿉꿉한 냄새가 나를 기기에 환기를 위해 창문부터 연다.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고 녹차티백을 준비

2층에 위치하다 보니 주변 건물들로 해가 들지 않아 따뜻한 모닝티는 필수다.


혼자있는 적적함이 싫어 컴퓨터를 켜면 먼저 아프리카 TV를 클릭, 시끄러운 방송을 틀어놓는다.


이제 일할 준비는 끝난 상황


하지만


8-12월 하반기 비시즌에는 일이 없기도 하고

영업에 호기롭게 도전했다 몇 번의 실패를 겪고 나니 오늘은 농땡이를 피고 싶다.


'다른 세무사들은 잘하고 있을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인스타 검색창에 '세무사' 입력했다.


가장 먼저 '직원 5명과 소고기 회식'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나보다 나이도 어린것 같은데 벌써 직원이 5명이네..'


장기근속직원에게 황금열쇠를 전달하는 사진               

새로 이사할 사무실을 인테리어 하는 사진       

은근히 나오는 차핸들의 BMW로고  


'내가 저 새끼보다 못한 게 뭔데!'


텅 빈 사무실을 둘러보자니 화딱지가 난다.  

      


따르릉~!        

       


오랜만에 울리는 전화벨소리

인터넷 지도 사무실 위치를 등록하고 나서는 일주일에 2~3번 전화가 걸려온다.

PC스피커 볼륨을 최소로 줄이고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안녕하세요 술술이 세무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세무사님, 지금 해당지역 3분만 검색 상위노출로 모시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바로 끊어버린 전화         

오는 전화는 거의 검색어 노출 광고다 보니 벨소리가 그리 반갑진 않다.


                  

따르릉~!          

     


다시 울리는 전화벨소리          

'이번에는 기장상담이길!'  

             


"안녕하세요 술술이 세무사입니다."    

           

"안녕하세요."         

      

다행히 광고전화는 아니다.       

                  

"양도세 상담되지요?"

              

광고전화보다 더 싫은 양도세 상담전화다.


"세 개가 있고요, 하나는 상속주택, 하나는 장기임대주택인데 자동말소 예정이고요, 지금 사는 집 비과세 관련해서 물어보려고요"


상대방은 대답도 듣지 않고 벌써 이야기를 시작했다.


경험상 양도세 관련 문의는 잘 몰라서 전화하는 것이 아닌 인터넷과 유튜브, 부동산 카페 등에서 충분히 공부하고 찾아봐도 확실치 않아 동네세무사까지 이르는 경우가 태반으로 거진 빠꾸미급이라고 보면 된다.


"양도세는 방문상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별도 상담료를 받고 있습니다."          

     

"상담료가 얼마죠?"      

         

"1시간 10만 원입니다."           

    

"으잉, 뭐가 그렇게 비싸요? 30분 상담하면 5만 원인가요?"               


"상담은 1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네 다시 알아보고 전화드릴게요."             

  

뚜뚜뚜                         



변두리세무사 상담료 10만 원은 치킨 5마리에 육박하는 적지 않은 금액

그렇다 보니 방문상담은 1년에 1~2번 하기도 쉽지 않다.



따르릉



"증여세 상담하러 가도 되나요?"


"방문상담은 상담료가 있습니다."


"상담료가 얼마예요?"


"한 시간 기준 10만 원입니다."


"네, 몇 시에 방문하면 될까요?"



10만 원이 오케이 되는 순간 나는 진짜 세무사다.


또렷한 눈빛으로 변신


"오늘은 일정이 있구요, 모레 어떠세요? 우선 상담하실 내용부터 말씀해 주시겠어요? "




후기


글에서는 재미를 위해 각색을 하였지만 양도세 포함 모든 전화상담은 세금 계산이나 복잡한 비과세를 제외한 단순 세법문의에 한해 그때나 지금이나 무료로 답변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개인적인 궁금증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다 보니 수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잦은 전화로 본업에 방해까지 될 때면 계속하는 게 맞나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구요.


하지만

'이거라도 안 하면 뭐 하게?'

첫 전화상담에서 느낀 초심을 떠올리며 복에 겨운 소리라는 생각에 이내 정신을 차렸습니다.

무료 전화상담은 세무사를 하는 동안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방문상담은 이전 정부에서 27차례나 양도세법이 바뀌다 보니 이제는 상담료가 30만 원이 되었습니다.

답변이 갖는 무게에 비하면 결코 큰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절댓값만 놓고 보자면 치킨 15마리에 육박하는 금액, 비싸긴 합니다.


10만 원일 때나 지금이나 방문상담이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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