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잃지 않았지만 이미 잃어버린
내가 젊은 날에는
알지도 못하는 잃는다는 것에
겁을 집어 먹고는 했지요
우스운 것은
이미 가지지도 못한 많은 것들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며 지레 겁을 먹었다는 것이지요
바보같이 말이에요
그렇게
찬란했을지도 모를 젊은 날의 꿈도
곰질곰질한 풋사랑도
끌어안으려 했던 낭만도
이제는 후회와 추억이 되어버렸지요
그리 바랐던 적은 없는데
그리 바랐던 것도 아닌데
모질게도 슬퍼지는 오늘밤은
채워지는 소주잔에도 나와 그대는 비워져만 갑니다
술이 깬 내일은 조금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바람이
그대와 술잔을 기울이는 탁자위로 알알히 맺혀갑니다
잃지 않았지만 이미 잃어버린
그런 젊은 날에 아직 나는 살아갑니다
drawing by Yoon
가지 않은 길
청춘의 시간은 나름의 만족과 다수의 후회로 남겨져 있다
철부지 20대가 모여
손바닥만한 자취방에 각자의 방들을 버리고
화롯불 꼬맹이들마냥 옹기종이 모여
소주 한잔 한잔에 취해 잠이들었던
두번 다시 가지지 못할 잉여로움의 낭만을 즐겼고
수 년간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두 발로 내딛었던 수많은 발자국을 찍었던
나만의 여행의 추억을 남겼다
서럽게도 가슴아팠던 짝사랑도
미안함이 가득했던 옛 연인도
더분히도 짧았던 많은 연애도 채워넣었다
누군가 이야기를 나눌 때
떨어지지 않는 얘깃거리를 가진
부러운 남아지만
실은 그보다 크고 아름다웠을지도 모를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는
지금의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이따금씩 고개를 내민다
그 때 왜 태평양을 누릴 배를 타지 않았을까
그 때 왜 조금 더 노력하지 않아 뜨거운 사막의 열정을 놓쳤을까
그 때 왜 손가락 끝의 아픔을 참지 못해 바이올린의 아름다움을 져버렸을까
끝이 없는 수 많은
가지 못한것이라 위로하는
가지 않은 길을 그리워한다
지금의 나는 몹시도 못나고 초라하지만
그래도 지친 걸음을 재촉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선택한 지나온 길 덕분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일의 길에서
허망하게 스러질 두려움의 안개를 걷어내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겠다 되뇌이며 잠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