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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너머 빛

사랑의 그림자는 불안이다.

by 수미

아이를 기다렸습니다.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생길 거라 믿었습니다. 다들 그렇게 여기는 것처럼

지금 생각하면 오만이었습니다.

남들에겐 쉬워 보이던 임신이 제겐 그렇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유산을 겪고, 몸도 마음도 헤져갔습니다.

괜히 늦은 결혼 탓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먹은 음식 때문은 아닐까?

예민한 성격 때문은 아닐까?

무엇 하나 제 잘못이 아닌 게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2년쯤 지났을 무렵,

기다리던 생명이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무사히 열 달을 채우기만 바랬습니다.

중간중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아이는 뱃속에서 잘 버텨주었습니다.

드디어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세상이 빛나 보였습니다.

하지만 황달로 다시 입원하며

아이에 대한 걱정은 또 쌓여갔고

다행히 며칠을 병원에서 버틴 끝에 건강히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아기를 안고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서 보냈습니다.

무엇을 먹이면 좋을지,

어디를 데려가야 할지,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혹시라도 내가 잘못해서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이런 생각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란,

끝나지 않는 선택의 연속이자

끊이지 않는 걱정의 변주곡입니다.

저의 끝없는 불안 속에서도

다행히 아이는 잘 자라주었습니다.

안 먹겠다는 아이에게 한 숟가락 더 먹이려 애쓰고,

험한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아이를 안아 붙들며

저는 불안이라는 핑계로 아이를 품에 가두려 애썼습니다.

아이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은 늘 잠겨있고,

친구와 통화할 땐 슬며시 방문을 닫습니다.

엄마와 함께 씻지 않으려 하며,

점점 아이만의 비밀이 쌓여갑니다.

그럴수록 걱정은 불어나고 아이를 옥죄려는 저,

아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그냥 날 좀 믿어봐."

제 마음 한편에는 아이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해 봅니다.

내 조바심으로 아이를 조이지 않으려

내 사랑이 그림자가 되지 않도록.

내 믿음이 아이에게 작은 바람이 되어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게 해주고 싶습니다.

불안은 사랑이 만든 그림자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 그림자 속에서도

자기만의 빛을 찾아 나아갈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믿고 놓아주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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