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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Feb 25. 2022

이기적 유전자

30년전  태어난 것도 몰랐다. 우리나라 사람들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슈였단것도 몰랐다.  서울대에서 이놈을 추천한 것도 몰랐다.  tv출연 한것도 몰랐다. 아마 봤어도 못 본척 했을것이다. 진심 내 취향이 아니다. 물론 상대도 내가 자기 취향이 아니겠지만,  내 인생에서 이 놈을  만날 일은 상상도 안했다.  책 편식이 심한 내가 북클럽을 찾았다. 매번 먹던 것만 먹으니 이젠 스을슬 다른것도 맛 보고 싶어졌다. 내 의지로는 다른곳은 손도 데지 않을 것 같아 타인에 의해 끌려가듯 가볼까싶어 북클럽에 들었다. 거기서 만날줄이야. 떡하니 있는 너  '이기적 유전자' 


다음 주 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일단 책을 구한다. 펼친다. 고등학생들의 토론용으로도 많이 쓰인다는 이 책이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저 활자를 낭독중이다. 몇 단락 읽고 책을 덮는다. 눈을 감고 읽은 내용을 되새겨본다. 그런데 되새길것이 없다.  말그대로 글자만  읽은거다.  이건 훈민정음 발음공부도 아니고 안되겠다  싶다.  빈공책를 꺼낸다.  펜을 잡는다.  다시 책을 펼친다. 필기를 하며, 그림으로 도식도 만들어 보며, 영혼을 끌여들여 내용을 파먹어 본다. 어떤이는  이 책을 읽고 인생관이 바뀌었다며, 열변을 토하기도, 어떤 초등학생은 너무나 냉소적인 내용의 인간은 유전자를 저장하는 저장장치일 뿐이냐며 울었다는데, 난 뭐지? 겨우 100분의 1이 이해된다. 도저히 이렇게 있을 순 없다. 


유튜브를 켠다. 저명한 교수님의 쉽게 풀어 설명한 책 리뷰를 보고, 그나마 아!하고 탄성을 지른다. 책 소개 예능 프로에 나오시는 설민석 선생님의  맛깔나는 강의를 듣고 또  아! 하고  도 터지는 소리를  여러번 낸다. 50분의1을 이해 했다고 말하긴 부끄러우나 우선 안다고 우겨본다. 밤이다. 아이를 재우려 준비자세를 취한다. 반조명을 켜고, 책을 펴고, 아이의 머리맡에 앉는다. 책을 읽어주려는데, 아이가 묻는다. 엄마가 낮동안 읽었던 책이 뭐냔다. 끙끙거리고 있었더니 자기  딴에  엄마가 왜저러나 싶었나보다. '이기적 유전자' 라고 말하니 또 묻는다.  무슨 내용이냔다. 말 문이 막힌다. 눈알을 45도로 올려뜨고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말한다. 


"사람몸에 유전자가 있어. 그 유전자는  잘 쪼개져.  엄마 아빠가 널 만들때  엄마,아빠 유전자들이 섞여서 너가 나온거야. 너의 몸에는 엄마도 들어있고, 아빠도 들어있어. 그리고 너가 또 결혼하면, 너의 유전자와 너의 남편유전자가 섞이지, 그런데 그 안에 엄마, 아빠 유전자, 그 전의 할머니 유전자도 있어.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끝이 아니야. 유전자는 영원불변으로 사는거야."


딸아이는 겁에 질린듯 말한다.


"그럼, 귀신이야?


하아......


"그게 아니라...."



  문득 엄마 생각이난다.  나이가 중년을 넘어가도 엄마는  더 그립고 보고 싶은 존재다. 요며칠 엄마를 볼 수도 없고, 가까이서 엄마의 숨결을 느껴볼 수 없음에 가슴이 미어져내렸었다. 순간 내 안에 엄마가 있단 느낌이 들었다. 뭔가 따뜻해져 온다. 그리고 울컥한다. 아이가 내 눈물을 닦아준다. 그리고 아이에게 말한다.


"그건 사랑이야. 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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