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결정적 순간

育兒, 育我, 六我수필 스물한 번째 이야기

by ANNA

프랑스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날이다.

아침 일찍 남편이 분리수거를 하겠다고 종이박스를 정리하고 있는데 문득 아기를 데리고 같이 나가고 싶어졌다.


힙시트에 탄 아기는 발을 까딱거리면서 가을 아침의 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셨고, 나는 한 손에 달캉달캉 부딪히는 빈 캔의 소리를 들으면서 집을 나섰다.


이왕 나온 김에 집 앞 도서관을 한 바퀴 도는데 나무에 매달린 청설모를 보았다. 청설모는 우리와 잠시 눈을 맞춘 뒤 나무에서 내려와 다른 나무로 올라갔다.


아기가 그림책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청설모를 보다니. 이건 엄청난 사건이었다. 청설모와 눈이 마주친 이 결정적인 순간이 너무도 행복했다.


아침에 일어난 사소한 사건이 이렇게나 특별해지다니, 아기가 가진 힘은 놀랍다.


아기의 첫 순간들, 어찌 보면 나중에는 누구나 다 하는 사소한 일들이 되겠지만 그런 순간들은 내게 있어 사진처럼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결정적 순간이 된다.


그렇게 너와 나의 결정적인 순간들이 쌓여간다. 자라면서 언제나 처음을 맞이할 아기의 삶. 네가 자라 어른이 되어도 '처음' 경험하는 것들은 계속 생기겠지. 그 미래에, 어른이 된 너는 나 없이도 스스로 처음을 맞이할 수 있겠지만, 내게는 그 모든 것들이 결정적 순간이 될 거야. 지금처럼 말이야.

너의 첫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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