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 일로 육아를 일찍 끝낸 저녁 7시. 귀한 시간을 얻었다. 나는 분주하게 블로그니 인스타그램이니 들여다보며 댓글을 쓰고 내 글을 업로드하기에 바쁘다. 조금이라도 글을 올리고 정보를 올리고 소통을 하면 떨어지는 수익이 있다. 코 묻은 돈이라도 얻어보고자 손목이 나가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댓글을 단다. 5000원, 10000원이 땅을 파면 나오나 싶어 나의 시간을 그 돈과 맞바꾼다.
자는 아기를 안고 본격 블로그 공부하던 나날들
싱글일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그땐 틈만 나면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옷을 구경하고 내키는 대로 책을 사고 운동을 새로 시작할 때마다 스포츠 브라니 수영복이니 폼롤러니 새로 사기 바빴는데,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쇼핑몰 이름… 언제 운동이라는 걸 했던가 싶은 비루한 몸뚱아리……. 지금은 미용실에 가는 돈조차 아깝다.
어쩌다 꽁돈이 생기면 ‘이걸로 아기 책을 사줄 수 있겠어. 지난번에 핫딜 떴던 그 장난감 지금도 세일할까?’ 등 오로지 아기를 위한 물품에만 목숨을 걸게 되었다.
그만큼 육아물품이 비싸다는 뜻이고, 육아휴직으로 월급은 반토막 났기 때문에 돈의 귀중함을 몸소 깨닫게 된 것이다.
아마도 나처럼 처음에는 아기의 사진을 기록하기 위해 블로그 창을 켰다가, 광고를 달아서 수익이 떨어지게 하는 애드포스트나 공짜로 물건을 쓰고 리뷰를 남기는 체험단에 관심이 많아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육퇴 후 이런 활동들을 하다 보면 12시를 넘기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아기의 기상시간에 맞춰 6시에 기상하게 된다.
대학 시절 이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과탑이었겠다. 현실은 아주 처참해 마음까지 c라린 점수들.
함께 이른 육퇴를 한 남편은 남편대로 내 옆에 앉아 밀린 축구 동영상(그는 야구 동영상은 보지 않는다)과 유튜브를 보며 낄낄댄다. 요새는 조폭 콘셉트의 브이로그 같은 걸 보는데 유튜브를 보지 않는 나는 유튜브를 보며 낄낄대는 남편이 ??스럽고, 남편은 sns에 중독된 내가 ??스러운 듯하다.
내가 가끔 노트북 모니터를 보며 심각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면 무슨 생각을 하느냐 묻고, 남편이 심하게 낄낄거리면 내가 뭘 보고 웃느냐고 들여다볼 뿐, 우리에게 서로에 대한 양질의 딥토크가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의 일상은 오로지 아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아기는 오늘 똥을 쌌느냐,
아기는 낮잠을 얼마나 잤냐,
오늘은 누가 아기 옆에서 잘까
하는 그런 단순하고 본능적인 대화들 뿐이다.
어떤 사안에 대한 논쟁이나 정치적인 이슈, 우리의 자아나 상처나 꿈에 대한 얘기, 각자가 원하는 것(심지어 요샌 원하는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이라든지 깊이 있는 대화를 하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하다.
그런 양질의 대화는 생각보다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라 그런가 싶다가도, 신기하게도 대화를 나눌 에너지는 부족한데 함께 TV를 보거나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에너지는 존재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건 부대끼는 육아의 삶 속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일 거다.
나만의 시간, 침묵의 시간.
얼핏 보면 에너지를 쓰는 것처럼 보이는 각자의 그 시간을 통해 같이 육아를 해나가는 에너지를 충전한다.
아기가 자라고 나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해지지 않을 때, 그때가 되면 우리는 어떤 대화들을 나누게 될까?
이미 그땐 늙어 있을 테니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병원에 갈까 하는 내용들이려나. (갑자기 운동 욕구가 상승한다.)
그래도 우리가 어떤 가정을 이루어 나갈지,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각자의 삶에 중요한 것들과 목표는 무엇인지, 새롭게 배우고 싶은 것은 없는지,
가훈은 어떤 걸 하면 좋을지,
그 가훈을 나중에 아기가 자라서 함께 정할지 아니면 우리가 지금 미리 정할지,
아기가 자랄수록 어떤 식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려줄지, 자연을 통해서? 독서를 통해서? 봉사활동을 통해서? 더 많은 방법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 추상적인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나누는 시간도 분명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우리는 각자 스마트폰을 보며 한 명은 심각하고 한 명은 낄낄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