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나마 찾아낸 종합선물세트 같은 나의 직업
뛰어난 영어 실력은 아니지만
모국어인 한국어보다
8년 동안 온몸으로 부딪히며 갈고 닦은 일본어 보다
어설픈 영어로라도 수년간을 매일 같이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 치다 보면
내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기에 영어가 더 편할 때가 있다.
한때 목관악기 클라리넷을 전공하였으나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사회 경력을 쌓고자 재학 중에 의료기계회사의 마케팅부에 취업하였다.
이후, 안정을 찾기보다는 다능인 자질을 살려 줄 직장을 찾느라 10년간 외국에서
웨딩, 호텔, 레스토랑, 피트니스, 초등교육, 통번역, 마케팅, 영업, 박람회 관련 등
여러가지의 경험을 쌓아 왔다.
다시는 그때의 나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또 결심했던 큰 터닝 포인트를 겪은 후,
지난 내 자신과 인생을 뒤돌아 보았고,
갖가지 직종 및 업계를 알아보았다.
내가 일구어온 여러 경험들이 말해주듯이
평생 직업은 없다는 것을 새삼 몸소 느꼈고
심지어는 원하지도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하는 일에 투자하는 시간이 우리 인생의 절반도 넘는 시간을 차지한다.
내 자신을 위해서 내 인생을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많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면서
끊임없이 비젼을 찾을 수 있고, 새롭게 무언가를 계획하며 도전할 수 있는
그 모든 조건을 흡족 시키는 업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모든 필요를 흡족 시키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업계는
크루즈라는 확신이 들었다.
직종으로서는 현장에서 몸소 경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되어
크루즈승무원을 먼저 선택한 것이다.
결심한 이후에도
한국인으로서 외국 선사의 크루즈승무원이 되기까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기약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시기를
긍정적으로 감사하며 기다리도록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첫 선사 스타크루즈에 승선하기 까지는
국비과정을 운영하는 아세아크루즈인재양성센터의 유재흥 부장님과 계정운 대리님의 지원이 있었기에
사막에 혼자 나와있는 듯한 어려움은 없었다.
이후에는 경력을 인정받아
큐나드 선사로부터 직접 제의를 받고 전직하게 된 것이라 굉장히 특별하고 감사한 경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과정에는
인터뷰 날짜 및 그에 대한 결과, 계약서, 각국 비자, 각종 건강진단, 각종 증빙 서류, 승선 날짜 등,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시간이 너무 길었고 많았다.
그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 시간을 잘 보내고자 다시 한번 다짐하며
2018년 12월 처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남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