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125일 차>
125일 차 - 7월 18일
전날 오후에 세프 마크로부터
전체 이메일이 왔다.
It’s FAREWELL BBQ LUNCH!!
하선하는 크루들도 있으니 겸사겸사
오픈덱에서 페어웰 바베큐 런치를 한다는 것이었다.
맛있는 거 먹는다는 소식은
항상 감사하고 기쁘기 마련이다.
먹는 건 좋은데 아침부터 테이블 세팅이다.
오픈덱에서 한다는데
이미 다 깨끗하게 정리해놓은 상태라
테이블과 의자를 다시 내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워낙에 호텔 부서에 남은 인원이 적은 터라
땀 흘리며 청소하고 테이블 세팅을 돕고 나니
오전 시간을 다 소비했다.
다시 오피스로 돌아와서 오전 업무를 마무리하니
이미 12시 반이 지나버렸다.
서둘러 신나는 기분으로 오픈덱으로 향했다.
오픈덱 바베큐 런치에도
거리두기 실천은 빠지지 않는다.
줄을 설 때도 거리두기!
먹을 때도 거리두기!
평소 같으면 큰 테이블에서 다 같이 먹을 수 있는데
지금은 거의 1인용 테이블이거나
2, 3인용은 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
왜 이제 오냐고 혼자 바쁘냐고 다들 난리다.
스테이크, 그릴 생선, 피자, 소시지,
파스타, 필라프, 어니언링, 후렌치 프라이,
그릴 옥수수와 야채, 파인애플과 수박,
그리고 치즈케이크까지.
이 정도면 꽤 근사한 페어웰 런치이다.
신나게 접시 한가득 음식을 담았다.
제일 늦게 와서 1인용 테이블만 남았다.
건너편에는 3일 전 컨트랙을 마친 친구들이
큰 테이블에 앉아 벌써 후식을 즐기고 있었다.
한참 먹고 있는데
아직 점심시간 15분 남았는데
빨리 정리하고 싶은 매니저들이
빈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대빵 보스 닐은
천천히 마저 먹으라며 지나갔다.
다들 치우거나 말거나
친구들이 혼자 덩그러니 남은 나를 보며
웃기다고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나의 런치를 여유 있게 즐겨보려 했다.
테이블과 의자를 치우면서
쳐다보는 눈빛들이 불편하기보다는
5분 정도도 못 기다리는
배려 없는 무례한 행동이 기분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가지고 접시에 담음 음식은
다 맛있게 먹고 일어났다.
그 와중에 닥터랑 너스는 아직도 앉아있었다.
그렇게 파란 하늘 아래
지중해 크루즈에서의 바베큐 런치는
애써 여유롭게 즐긴 10분의 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