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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Jul 22. 2021

멜버른도 友後景

크루즈 승무원의 일상 <기항지 편 ep. 1-2>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그 많고 많은 기항지 중에 첫픽으로 호주 멜버른을 골라 이야기를 시작한 게 벌써 작년 여름이다.


전 에피소드에 이어 쓰려고 끄적이다 방치했었던 이야기를 먼저 마무리 지어야겠다. 그래야 반년 이상 글을 쓰지 않았던 것에 대해 덜 찔릴 듯하다.





2019년 2월 17일, 이날은 멜버른에 11년째 거주 중인 친구 정아를 만나는 날이었다. 자그마치 3~4년 만이었을 것이다.


10년 해외생활에다가 4년 뱃생활을 하다 보면, 만나고 싶은 사람 못 만나면서 몇 년 지나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히라도 진심으로 소통하다 보면, 몇 년 만에 만나도 그 공백이 순식간에 메워지는, 그렇게 남는 찐 친구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친구 손정아.






정아와의 시간을 최대한 가져보고자, 당시 항차의 포트 쵸이스는 멜버른이었다.


Port Choice : 최장 휴식 시간인 5~6시간을 배정받기 위해 미리 신청하는 항구로서, 일반적으로는 한 항차당 한 항구만 가능하다.


호주 크루즈가 시작되고 처음 멜버른 항구에서 외출하는 날이라, 목적지로 가는 방법을 미리 찾아보았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시간이다. 심지어 외출할 때 입을 옷도 신을 신발도 가져갈 가방도 새벽 6시에 출근하면서 미리 세팅해놨을 정도였다.


크루즈 승무원의 쇼어 리브는 굉장히 제한적이다. 필요 없는 동선과 시간은 줄여야만 한다. 그래야 지만 보다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크루즈 승무원에게 있어서 좋은 기항지와 좋은 항구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시내 또는 볼만한 먹을만한 것들이 항구로부터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거리 내에 있는 것이다. 그게 안된다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는 선에서 저렴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곳이다.


우리 배가 멜버른에서 정박한 항구는 멜버른 시티에서 트램으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포트 멜버른에 있는 스테이션 피어 크루즈 터미널이었다.


Tram : 시내 전차라는 뜻으로, 멜버른을 비롯하여 암스테르담, 리스본, 프라하, 이스탄불, 토론토, 샌프란시스코 등의 도시에서도 이동수단으로써 이용되고 있다.





Station Pier는 겉보기에 으리으리한 항구는 아니지만, 1854년에 개통되어 166년째 운영 중인 꽤나 역사 깊은 항구라고 할 수 있다.



1850년대 중반, 빅토리아 골드러시 주요 항구로서 항상 이민자로 가득했던 스테이션 피어 (당시, 레일어웨이 피어) (출처 Google)


지금의 스테이션 피어 입구 (출처 Google)


스테이션 피어에 정박해 있는 퀸 엘리자베스의 뒷모습 (출처 Google)


대형 크루즈선 2척에 소형 크루즈선 1척까지 소화 가능한 스테이션 피어 (출처 Google)






스테이션 피어는 7분 정도 걸으면 트램 정거장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꽤나 괜찮은 조건의 기항지다.



스테이션 피어에서 멜버른 시티로 가는 109번 트램



정거장 앞에는 슈퍼마켓이 있는데, 그 안에서 트램  카드를 구매해야만 했다. 동전이나 지폐로 요금을 직접 지불할 수 없고, 트램 카드를 선불로 충전해서 이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 트램 카드가 아직도 나의 크루즈 물품(?) 보관 박스 안에 있는데.. 다시 사용할 날이 올지 모르겠다.



트램 카드 (출처 Google)


트램 내부 (출처 Google)


스테이션 피어에서 약속 장소까지의 노선






트램을 타고 20분 정도 지났을까. 목적지인 서던 크로스 스테이션에 도착했고, 나는 드디어 친구 정아를 만났다.



Southern Cross Station, 친구 정아 집에서 가까운 기차역



3~4년 만에 만난 친구와의 그 공백은 역시 순식간에 메워졌다. 그리고는 Local Friend 정아의 리드에 몸을 맡긴 채 멜버른 시내를 활보했다.



Degraves Street, 야외 테이블이 즐비한 카페 거리


Hoiser Lane, 어반 아트(그래피티 아트)를 표현한 벽화로 유명해진 골목


Hoiser Lane, 어반 아트(그래피티 아트)를 표현한 벽화로 유명해진 골목


Hopetoun Tea Room, 1892년부터 운영한 이쁘고 맛있는 찻집


Hopetoun Tea Room, 이쁜 케익 진열장


Hopetoun Tea Room, 진열장 모퉁이에 있는 커플과 테이블 모형


Hopetoun Tea Room, 직업은 간호사이자 한국어 선생님이고 취미인 배드민턴에 꽤나 진심인, 두 냐옹이의 주인이 된, 멜버른 거주 11년된 정아. 이 날의 주인공 :-))


Hopetoun Tea Room, 멋스러운 조명과 벽지


Hopetoun Tea Room, 바쁜 찻집이라 사진 찍어달라고 못하고 셀카 인증샷


Flinders Street Railway Station, 1854년에 개장된 기차역


Flinders Street & Flinders Street Railway Station, 관광객을 태우는 마차



오랜만에 함께한 반가운 친구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멜버른 시내를 활보했다. 하지만 배로 돌아가야 할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왔다. 한두 시간의 쉬는 시간에 비교하면 마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장장 6시간의 쉬는 시간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아와는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시 트램을 타고 배로 돌아갔다.


남은 저녁 근무를 마치니 밤 11시가 넘었다. 이른 아침부터 체크인 폭탄을 처리하고, 쉬는 시간은 풀가동으로 즐기고, 돌아와 밤늦게까지 체크아웃 폭탄을 처리하니 완전 녹초다. 이 와중에 한줄기 빛이 있다면 다음날은 늦은 아침 출근이라는 것이다.


보다 여유 있는 쇼어 리브를 위해 피로를 감내해야 했던, 또 하나의 흔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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