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지 안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럴때마다 우리는 상처받는다.
그러나 문제를 상대가 아닌 나에게로 찾기 시작하면 상처가 조금은 옅어질지 모른다.
사람들을 만나 나의 문제를 말하는 대신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등학생때까지 참 책벌레였는데, 대학생이 되고나서 책을 멀리했었다. 법륜스님 책을 제외하고는 책이 도무지 읽히지가 않았다. 난독증을 의심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책을 찾는 현재의 내 모습을 보는것이 놀랍다.
프랑스에선 한국 책을 구하기 어렵고 비싸 책을 대여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을까 싶어 알아보던 중 프랑스의 한국 문화원에서 무료로 책을 대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가서 내가 고른책은 총 4권이다.
그 중 한 책인, 심리학 저자가 쓴 책을 읽고 있다. 상처-분노의 연쇄 반응과 여러가지 실제 사례들이 나의 이전 관계에서 발견된 모습들이라 소름이 돋았다. 상처받고 분노받았을 때 대처법이 기억에 남고 마음에 와 닿아 여기에 옮겨보려 한다.
1. 방금 일어난 상처는 나에게 어떤 아픔을 주었나.
2. 나의 분노는 정당한가. 엉뚱한 사람에게 화를 낸 것은 아닌가.
3. 되살아난 상처가 있는가.
4.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기억은 무엇인가.
5. 나의 분노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아픔을 주었을까.
내 글만 보면 상처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책의 내용은 그렇지 않다. 책의 내용은 상처와 아픔에도 우리가 어떻게 성숙하게 대화하고, 대처하고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을 말한다. 아직 책을 다 읽지는 않았다.이 책을 읽으며 인연, 법륜스님의 인간관계에 대한 말씀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느꼈다. 인간은 서로 제 살기 바쁘다. 나를 더 이해하고 보듬어주길 바라지만 그럴 수가 없다.
비록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이 연주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엇이 나쁜것인가 ? 변주는 오히려 즉흥적이고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 원래 오늘은 친구와 팡테온을 가기로 했다가 내가 식물원을 가자고 했다. 식물원을 방문했다가 에어팟을 사야 하기때문에 샤틀레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카페를 갔다. 에어팟을 사러갔다가 조금 더 싸고 예쁜 헤드폰을 사기로 했다. 에어팟은 일년 넘게 사용했었고 이미 써봐서 재미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같이 간 친구가 이렇게 즉흥적인 것 좋다고 했다. 문득, 나는 살면서 같이 있던 사람에게 이 말을 많이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구나. 내 삶의 변주에도 이렇게 대처하는것이 무엇이 나쁜가. 나는 이제 운명도, 성공도, 실패도, 행운도 아닌 나 자신을 믿는다. 나 스스로가 결국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음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