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구한 인턴십은 사장의 착취(주말 근무 강요) + 동료 직원 당일 해고 + 코딱지 월급 등으로 인해 관두기로 했다. 이후에 비자 문제, 인간관계문제(나 혼자만의)로 인해 몇주간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사실 지금 생각했을 때 평범한 나날들이었고 굳이 우울할 필요는 없었는데 생리전 우울함과 프랑스에서의 삶이 원하던 대로 되지 않아서 혼자 우울에 감싸였달까. 또한, 이런 모든것들이 내 자존감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고 주변 인간관계에 더욱 눈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요 몇주내내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기를 바랬다고 인정해야겠다. 그런데 당연하듯 각자 제 살기 바쁜법! 나에게 관심을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자신과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멀리있는 가족과 친구들 뿐이다.
학교에서 말은 통하지 않지, 체류증은 감감무소식에 프랑스에서의 삶이 눈 앞에 그려지지 않았고 내 삶의 중심인 학교와 친구들에게로 내 에너지가 다 쏟아졌었다. 그렇다보니 스스로도 놀라울만큼 내가 타인에게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바로 내 자신이 아닌 ! 인스타그램을 줄이기 시작했고 학교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운좋게 프랑스인인 친구 개발자가 자기 회사에서 파트타임 개발자를 구한다고 연락해왔다. 프랑스 고용 시작에 엄청난 좌절감을 겪은지 1년이 넘었기 때문에 별 기대가 아예 없었는데 합격하였다. 당장 다음주부터 출근하게 되었고, 정말 정식으로 인턴이 아닌 파트타임 정규직으로 고용되었다. 오늘 계약서에 서명하고 이것저것 내가 받을 복지들에 대해 생각했는데 오버해서 눈물이 살짝 돌았다. 하지만, 내가 그새에 많이 강해졌는지 많이 들뜨기보다 담담하고 주어진 일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회가 감사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생각했던것보다 회사에서 제안한 급여가 작았다(친구가 말한것과 달랐음). 그러나, 비자 문제로 의기소침해져있었고 회사에서 성가시게 하면 날 고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입다물고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조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회사에 고용이 되지 않더라도, 이 나라에서는 당당히 내 자신의 의견과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만한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키우기 위해서 먼 나라로 유학왔으니 내 자신을 다독이며 오늘 아침에 메일을 보냈다. 내게 계약서를 보내기 전에 통화를 할 수 있냐고 ? 한 30분내로 바로 전화가 왔고, 이 급여에 대한 질문을 했고 사장이 설명을 해주었다. 사실 사장의 답변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중요했던 것은 내 자신 스스로가 이 말을 던질 수 있는 용기를 조금 가지길 바랬었다. 사장은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물었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최근 비자 문제, 인간관계 문제, 돈 문제 등으로 나 자신에게 날이 가득 서있었다. 내 스스로 정의하는 내가 아닌 타인과 상황에 의해 나의 여린 자존감이 바닥치고 있었고 나는 이것이 날 좌지우지하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이 사람과의 연이 다하더라도, 내가 실패하더라도 내가 나의 소망과 가치를 주장해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다.
다음주 월요일. 드디어 프랑스에서의 첫 출근이다. 2022년 9월에 도착한 프랑스. 모아놓은 돈 털털 날리며, 이력서 수백장, 몇번의 면접과 코딩 테스트, 수십번의 실패를 뒤로 하고 드디어 출근한다. 프랑스에서의 새로운 챕터가 열린듯 하다. 프랑스에서의 삶 뿐만 아니라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조금 더 대범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그 일이 없어도, 그 사람이 없어도, 오직 나 혼자만으로 두발로서서 행복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