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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뽑다 마주친 마음》

《내 삶을 뒤흔든 찰나의 기적들》 – 5화

by 수미소

네 잎클로버인지요? 풀을 뽑다 마주친 눈빛,

그 눈빛은 무엇일까요?


회사 건물 뒤편 외곽에는
낡은 화단 하나가 있다.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공간.
담배꽁초가 굴러다니고,
이름 모를 풀들이 제멋대로 자란다.

나는 아침마다
그곳에서 조용히 풀을 뽑는다.
처음엔 운동 겸이었다.
계단을 오르고, 땀이 식을 무렵
쪼그려 앉아한 줌씩 뽑아냈다.

풀 뽑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계단으로 발길이 옮겨졌다.

그곳엔 늘 묵묵히 물걸레를 밀고 계시던
미화 여사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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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님은 연세가 있으셨다.
작은 몸으로 5층 계단을 닦고,
복도를 정리하고,
넓은 1층 홀까지 청소하신다.

나는 몰랐다.
그 일이 그토록 버거운 일이라는 걸.

그저, 운동 삼아 계단 한 켠을 같이 닦았을 뿐인데
며칠 뒤 여사님이 내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침마다 계단 닦아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사실, 다리가 좀 불편해져서 힘들었거든요.”

그 말을 듣고 나니
계단만 닦고 떠날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
복도도 함께 닦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1층 홀까지 밀대로 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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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홀을 닦다 보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물걸레에 눌려 끄는 힘,
허리를 숙이는 반복 동작.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아침의 적당한 운동이 되어
하루의 피로가 미리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출근해서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
땀 한 번 흘리고 앉는 커피가
훨씬 더 깊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 건 왜 해요? 당신 일도 아닌데.”
맞다. 누구도 시킨 적 없다.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시간이 내 삶의 기적 같은 순간이 되었다.

누구를 도우려 했던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바랐던 것도 아니다.
그저 내 몸을 움직였고,
그 안에서 마음이 같이 움직였을 뿐이다.


---
**마무리글**

나를 위한 운동이
누군가의 하루를 가볍게 해 주었고,
그 고마움이 돌아와
내 아침을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흔히 ‘운동은 따로 시간을 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들을 누군가의 고단함을 덜어주는 일로 대신하게 되었다.
내가 흘린 땀이
누군가에게 ‘숨 쉴 틈’이 된다는 걸 느끼는 아침,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가볍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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