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청소는 사랑이었을까》

《내 삶을 뒤흔든 찰라의 기적들》 – 4화

by 수미소

"청소는 사랑이었을, 위선 이었을까,"

그 결정은 누가 하나요?



나는 청소를 ‘적당히’ 하는 편이다.
눈에 보이는 먼지만 없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먼지도, 얼룩도, 어느 정도까지만 지워지면 괜찮다고 믿는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자글자글한 먼지’가 있다.
나는 잘 안 보이는데,
아내는 그 먼지를 본다.


---

아내는 완벽주의자다.
리모컨은 항상 같은 각도로 놓여 있어야 하고,
수건은 반듯하게 개어 있어야 하며,
바닥은 반질반질 윤이 나야 마음이 편하다.

나는 몇 번이나 아내보다 먼저 일어나
조용히 청소를 해두었지만,
아내는 꼭 다시 닦는다.
그리고 말한다.

“깨끗하긴 한데… 바닥이 자글자글해.”
“물건 배치는 좀 흐트러졌네…”

그럴 때마다
처음엔 기운이 쭉 빠졌다.
‘내가 한 건 다 소용없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

하지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건 정리벽이 아니라, 사랑의 방식이었다.

아내는 늘 바빴다.
일을 하고, 아이를 챙기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집이었다.

그 공간이 정리되어 있어야
그녀의 마음도 비로소 정돈되는 거였다.

그걸 알게 된 후로는
내가 먼저 청소를 하면서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내 방식대로 충분했다’는 그 작은 자부심만 품고.

아내가 다시 닦더라도 괜찮았다.
그건 내 청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녀만의 ‘마음 챙김’이었으니까.


---

가끔은 생각한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이 작은 다름이
큰 다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조금씩 배웠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것.

나는 ‘대충’이라는 여유를 배웠고,
아내는 ‘완벽함’이라는 안정으로 스스로를 지켰다.

그 둘이
지금의 우리 집을 만들고 있다.


---

**무리글**

“청소를 두고 다퉜던 날,
나는 우리가 싸운 게 아니라
서로의 방식으로 사랑하려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떤 사람은 말로 사랑을 전하고,
어떤 사람은 눈빛으로,
또 어떤 사람은 청소로 사랑을 표현한다.

표현 방식이 달라서 서운할 수 있고,
그 차이를 이해하기까지 오래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은 결국
닿게 되어 있다.
비록 먼지가 자글자글하더라도.

keyword
이전 03화《혼자 마시는 아침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