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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만 조이다 퇴사한 그들**

볼트만 조이다 퇴사한 그들**그들은 더 이상 볼트를 조이지 않는다

by 수미소

[초퇴사자 9화]요즘 애들 퇴사엔 다 이유가 있다


볼트만 조이다 퇴사한 그들**


**요즘 애들 퇴사엔 다 이유가 있다**

그들은

명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10년 가까이 수학과 물리와 기계 구조도를 넘나들며

세상을 바꾸는 기술자이자 전문가가 되겠노라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마침내,

부모님이 꿈꾸던 대기업 입사라는

화려한 직함을 손에 쥐게 되었다.



입사 첫날

그들의 어머니는 동네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우리 애 드디어 대기업 붙었어요 앞으로 꽃길만 걸을 겁니다**

축하 이모티콘이 쏟아졌고

마을 잔치라도 열릴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입사 첫날부터 조립라인이라는 곳에 배치되었다.


그들의 앞에는 끝없이 줄지은 부품들이 놓였고

손에는 전동드라이버 한 자루가 쥐어졌다.


**여기서 이 볼트를 하루 8시간 조이는 거예요

처음엔 힘들어도 곧 손이 기억합니다**



그들은 묻고 싶었다.

**이게… 내가 꿈꾸던 기술입니까**


고등학교 때 공학서를 파고들던 그 시간,

대학에서 밤새며 졸업 프로젝트를 만들던 그 열정,

그 모든 것의 끝이

**볼트 조립 마스터**였을 줄이야.



**한 달 후**

그들의 손은 정확해졌고

눈은 감은 채로도 볼트 구멍을 찾아냈다.


기계보다 정밀한 손놀림

정해진 각도, 정해진 속도

그들은 인간 로봇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영혼은 빠르게 증발하고 있었다.



밤이면 천장에서 볼트가 내려왔다.

잠결에도 손이 탁 탁 움직였다.


그들은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나는… 이러려고 여길 온 게 아닌데**



어느 날 점심시간

한 동기가 말을 걸었다.


**야 너도 퇴사 고민 중이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볼트가 아니야

우린 뭔가 더… 성장하고 싶다고**


그들 모두는 알고 있었다.

**대기업이라는 이름은

때로는 너무 좁은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걸**



**퇴사 이틀 전**

그는 자기 노트북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기계가 아니다

나에게도 방향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보다

자기 삶의 의미를 택한 사람들


그들은 퇴사했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볼트 없이

매뉴얼 없이

단단하게


---


**그 후 그들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회사 사람들 사이에선 이런 소문이 돌았다


**걔들 요즘 회사 근처 골목길에서 볼트 대신 커피 내리고 있대**

**아니래 아예 산골 내려가서 닭 키우며 유기농 삶 산다던데**


누구도 그들의 진짜 행방을 알 순 없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들은 더 이상 볼트를 조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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