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사는 법
[초퇴사자 8화]요즘 애들 퇴사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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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 퇴사엔 다 이유가 있다
그들은
하루를 세 등분해 살았다.
오전 7시 편의점
오후 2시 카페 서빙
저녁 6시 치킨집 알바
이름도 얼굴도 잃어버릴 만큼 바빴다.
누가 "야" 하고 부르면 일단 대답했다.
하루 3개 알바, 주 6일.
주휴수당은커녕, 주말이 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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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지?”
치킨집에서 마지막 주문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들의 뇌는 멍했다.
조명은 흐릿했고, 다리엔 감각이 없었다.
길가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
"저 형 좀비 아냐?"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을 비춰봤다.
"아... 진짜 좀비네.
눈 밑 다크서클은 아이라인이고,
입술은 치킨 튀김기 기름보다 더 말라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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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꿈이 있었다.
"돈 모아서 유럽 여행도 가고, 나중에 창업도 하고!"
하지만 현실은
가방 안에 물티슈, 파스, 알바 타임표.
꿈 대신 바빠서 안 읽은 문자만 21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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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카페에 늦게 도착한 알바생이
브루잉 머신을 박살냈다.
매니저가 말했다.
"넌 진짜 왜 이렇게 멍하냐. 이게 직업이야, 장난이야?"
그 순간,
그는 고개를 천천히 들고 말했다.
"장난인 줄 알았어요.
진짜 제 인생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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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세 개의 단톡방에서 동시에 퇴사 공지가 올라갔다.
"그 사람… 진짜 다 때려치운대."
"진짜? 야, 대박이다."
"나도... 나도 때려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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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죽지 않고 사는 법을
퇴사로 배운 사람들.
그들은 퇴사했다.
살기 위해
숨을 쉬기 위해
밤하늘이 파란색이란 걸 다시 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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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그들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선 이런 소문이 돌았다.
"치킨 튀기던 손으로 지금은 디저트 만들고 있대."
"아니야, 지금 유럽 카페 거리에서 에스프레소 내린다던데?"
정확한 건 아무도 몰랐다.
다만,
그들은 더 이상 '알바 시간표'에 갇혀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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