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섬진 Jul 26. 2024

우리 팀이 사라졌다(1)

“섬진님! 오늘 만나면 진짜 충격적인 소식 있었는데 아쉽네요.”

“네? 무슨 일인데요? OO이 그렇게 말하니 엄청 궁금하네요.”


오랜만에 만나는 전 직장 동료와의 약속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취소되고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던 내 안온한 일상과, 호들갑에는 거리가 있던 동료의 유난히 겹치니 호기심이 크게 일었다. 내용은 이렇다. (전 직장) 대표의 갑작스러운 구조조정 방침으로 인해 팀 내 주요 인물들이 줄줄이 퇴사한다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재직했던 직장의 구조상 아주 큰 일이었다. 전 직장은 내가 퇴사할 무렵에 20명 남짓의 인원이었지만, 내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5명밖에 되지 않는 인원이었다. (심지어 입사한 나를 포함해서) 5명 중 회계 담당인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이 모두 기업교육을 담당했으니 이 회사의 주된 매출구조는 기업교육이었다. 그 사업을 통해 성장한 회사였고 나 역시 나를 기업교육 컨설턴트로 인지하며 일했었다. 그런 회사에 기업교육팀 팀장을 비롯해 허리 계층까지 모두 빠진다고 하니 내 딴에는 회사의 폐업 또는 사업구조의 피벗밖에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물론 나는 더 이상 내부인이 아니기에 더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애정을 담아 오래 일했던 곳이기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내실이 있는 회사였다. 크지 않았기 때문에 매출구조와 이익을 더 투명하게 볼 수 있었기에 잘 알고 있다. 다정하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있는 회사였다. 주책맞은 생각이지만 가끔 '우리 회사에 의뢰한 고객사는 좋겠다. 이렇게 진심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라며 일하고는 했다. 만약에 나를 너무도 힘겹게 했던 여러 사건 중 두어 개만 없었더라도 퇴사하지 않고 그 회사에서 더 일했을 거라 가정하고는 했다. 그런 회사가, 한 팀이 사라졌다. 괜히 마음이 헛헛했다. 힘들고 분노한 기억도 많지만 보다 더 좋은 추억거리가 많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기에 더 그랬다.


 직장이 직업보다 수명이 짧다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평생직장이라는 표현이 점차 사라진다는 것을 현상적으로 인지했지만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살갗에 살포시 내려앉으니 그제야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앞으로 다른 어떤 회사에 간다고 해도 똑같겠구나."라는 인지가 생겼다. 심지어 요즘은 직업도 개인보다 수명이 짧아지는 사회라고 한다. 한 사람이 살아가는 일생 동안 이직(移職)뿐 아니라 이업(移業)까지 필요한 격변의 시기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시대 변화 흐름에 적응 속도가 느리다 스스로를 여겼는데 괜히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 일이 내 삶의 큰 이유가 되어주기를, 또한 나날이 겸손하고 실력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다. 그 바람에는 어느 정도 직업적 성취가 수반되는 것이었기에 이런 흐름이라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갑자기 막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랴, 이것이 정말 시대적인 흐름이라면 그 흐름을 거스르거나 바꿀 재량이 없다면 적응하거나 도태되거나 선택해야 했다.

이전 03화 '그냥 쉬는' 청년이라니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