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6.
우리 부부에게 있어서 둘만의 쓸쓸한 시간이 길어질 것을 직감했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난임 전문 병원으로 전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기대에 부풀기보다 오히려 걱정이 더 많아졌다.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새해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한 해의 목표를 향해 희망찬 포부를 가졌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나는 ‘12월생은 싫어서…’라는 화두로 나는 가족들과 의견 충돌을 빚었다.
“엄마, 3월에 병원 가면 12월 출산인 거야… 한 달만이라도 건너뛸까, 그냥?”
“아이는 생기는 대로 가지는 거지! 너는 그런 걸로 머리를 쓰면 되니?”
“부모님 세대랑 비교하면 안 돼. 시대가 달라졌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니까?”
“아휴… 아무튼지 엄마는 반대야.”
부모는 소극적이고 자신감 약한 아이보다는 적극적이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아이를 원하기 마련이다. 그게 욕심일까? 유전적으로 말이 빠르고 키가 큰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12월생 아이들이 겪는 고충은 어느 정도 잠재되어 있다. 언어 습득과 말하기가 느린 아이, 또래 친구들에게 자기가 원하는 걸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 키가 작아 맨 앞줄에 서는 아이, 수업 시간에 선생님 눈을 피해 발표를 싫어하는 아이...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1월’이 다산의 달로 태어난 아기 수가 가장 많다. 그래서인지 3월이면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임신주차 계산방법을 보면, 출산예정일은 아기를 가지기 전 월경의 시작날(기준일)을 시작으로 기준일에 280일을 더해서 예측 가능하다. 일수로 계산이 어려우면, 기준일에 9개월 하고 7일을 더하면 된다. 예를 들어, 기준일이 3월 24일이면 12월 31일에 분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통계청의 월별 출생아 수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2023년 1월생이 2만 3천 명으로 가장 많았고, 같은 해 12월생은 1만 6천 명으로 가장 적었다. 12월에는 1월보다 출생아 수가 70% 감소했다. 또, 1분기(1~3월) 신생아 출생률은 전체연도의 38%를 차지했다. 대학교에서 인구실태를 연구하는 교육과정학 교수 등 학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우리나라 취학 기준일이 1월 1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2008년부터 취학 기준일이 3월 1일에서 1월 1일로 바뀌면서,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이 동갑들보다 초등학교 입학을 1년 빨리해 나이가 다른 ‘빠른 년생’이 사라졌다. 이로써 나이와 서열문화에 민감한 우리나라 특성상, 12월 출생보다 1월 출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실제로 태어난 달이 몇 월인지가 학업성취도를 비롯한 각종 교육 결과에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월령 효과’로 더 성숙한 1월생들이 학업 등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놀랍게도, 서구권에서는 일 년 중 9월에 태어난 아이가 가장 많다. 크리스마스에 남녀 간 사랑이 깊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해외 포털사이트에 「내 생일은 얼마나 흔한가?(Which birth dates are most common?) 」를 검색해 보면, 세계 인구의 생일을 표시한 통계 도표**가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흔한 생일은 ‘9월 9일’이라고 한다. 1월생 선호, 12월생 기피현상은 우리나라가 유일할지 모른다.
아이는 남녀 간의 그리고 부부의 사랑의 결실이고, 생명은 그 자체로 축복받아야 마땅하다. 나도 모르게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고 질투하고 경쟁하는 마음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라도 ‘아이가 찾아오고 싶지 않은 집’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건강하게만 태어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일 텐데... 내 고집을 꺾고, 욕심을 내려놓고,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나는 이제 아이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봐줄 채비를 한다. 겨울 아이라면 더 따뜻하게 품어주는 부모가 되면 된다. 그리고 아이에게 ‘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계속해서 알려주면 된다.
[출처]
* 2023년 출생·사망통계(잠정) | 인구동향조사 | 인구 · 가구 | 보도자료 | 새 소식 : 통계청 (kostat.go.kr)
** Most Common Birthdays and Rarest Birthdays – Happiest Baby